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인 23일, 여야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집결했다. 총선을 1년 앞둔 만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도식 참석으로 외연 확장과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는 모양새다.
다만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여당에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만 참석했다. 추도식 중에도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구자근 대표비서실장, 윤희석 대변인, 정점식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추도식을 찾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도 당대표권한대행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도식에 참석했다. 최고위원들의 막말 논란 등으로 불거진 혼란이 잦아든 만큼 지난주 광주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에 이어 이날도 봉하를 방문해 중도층 확보를 위한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에서는 윤 대통령이 불참하는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부‧여당을 향한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김 대표가 추도식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중 시민들은 “무슨 낯짝으로 여길 오냐! 김기현 물러나라!”를 외쳤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지지자들은 “윤석열 퇴진! 매국노!” 등을 외쳤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 총리를 향해 ‘내려와’를 연호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등 많은 소속 의원들과 이해찬 전 대표 등 원로 인사들까지 대거 집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추도식 전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와 문 전 대통령,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등과 함께 오찬을 했다.
오찬에서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무궁화 접시 도자기와 노 전 대통령이 집필한 ‘진보의 미래’ 그리고 ‘일본 군부의 독도 침탈사’ 등 세 가지 선물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무궁화 접시 도자기는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4월 ‘독도가 그냥 우리 땅이 아닌 40년 통한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이다’라고 한 대국민 특별 담화 내용을 담아 만든 것으로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조지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 등 외국 정상에 선물하기도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도자기 선물의 의미는 독도가 대한민국 역사 고유의 영토임을 강조하기 위해 선물한 것”이라며 “모든 선물의 의미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수많은 물음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역할을 해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그 의미를 잘 새기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집결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장에서도 김 의원 코인 보유 논란으로 불거진 당내 계파 갈등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함께 입장하자 “고민정은 왜 찰싹 붙어가냐”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 강성 지지자들과의 결별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추도식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고 노 전 대통령이 꿈 꾼 역사의 진보도 잠시 멈추었거나 과거로 일시 후퇴한 것 같다”며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는 역사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말씀과 믿음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위해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를 주제로 진행된 추도식은 2시부터 한시간가량 진행됐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 진보당 윤희숙 대표 역시 추도식에 참석했고, 박완수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도 추도식을 찾았다. 노무현재단은 추도식에 참석한 4500여명을 포함해 참배객 등 7000여명이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