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얼리면 맛 없다?…고정관념 깨고 세계 입맛 사로 잡았다 [K-농업 수출 200억 달러③]

입력 2023-06-13 06:00 수정 2023-06-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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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조절 냉동 특허 기술로 냉동김밥 개발 '복을만드는사람들' 조은우 대표
전자렌지 3분 간편 조리에 저칼로리 건강식으로 인기…우리 농산물 사용해 전 세계 12개국 수출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 (조현호 기자 hyunho@)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 (조현호 기자 hyunho@)

"남은 김밥을 얼렸다가 다시 먹을 때 우리 어머니들은 계란물을 입혀서 구워 주셨어요. 왜냐하면 김밥이 녹으면서 다 터져 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료의 수분을 줄이고 급속냉동하는 기술을 적용해 전자렌지에서 조리해도 모양과 맛이 유지되는 김밥을 개발했습니다."

우리가 한끼 해결을 위해 가장 간편하게 먹는 음식은 단연 김밥이다. 대표적인 한국의 패스트푸드다. 먹기도 쉽고 속재료에 따라 맛과 영양도 모두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여러가지 속재료를 준비해야하고 김밥의 모양을 제대로 내는 것도 어렵다.

김밥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더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즉석 조리 제품이기에 위생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고, 밀키트로 생산하는 것도 보관이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하다.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속냉동과 수분제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냉동김밥을 개발한 조은우 복만사 대표는 "냉동김밥의 핵심 기술은 결국 김밥의 수분을 조절해야 가능하다"며 "김밥의 수분을 최대한 빼고 급속냉동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만사는 국내 최초 냉동김밥 기술을 가지고 제조 방법 특허를 비롯해 HACCP과 ISO9001, ISO22000, FSSC22000, 식품경영안정시스템 등 다양한 인증을 획득해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김밥의 수분을 제어하면서 동시에 칼로리도 낮춰졌다. 이 때문에 복만사의 냉동김밥은 저칼로리 식단,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복만사의 냉동김밥은 하동에서 생산한 쌀을 비롯해 완도 김 등 우리 농산물로만 만든다. 다시마 우린 물로 밥을 짓고 밑간 작업을 해 감칠맛을 높이고, 고기는 직화로 구워 불맛을 더했다. 이 재료들로 만든 김밥은 제조 직후 영하 50℃에서 급속 동결시킨다. 해동 후에도 맛이 변하지 않는 이유다.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 제조과정. (사진제공=복을만드는사람들)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 제조과정. (사진제공=복을만드는사람들)

냉동김밥의 탄생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조 대표는 일찍부터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여러 외식업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고, 이후 귀촌을 결심하고 경남 하동에 터를 잡았다. 말이 귀촌이었지 하동은 그에게 새로운 영감과 기회를 주었다.

단돈 500만 원을 가지고 재첩 가공을 하던 빈 공장을 임대해 첫 사업을 시작했다. 여러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했지만 성과가 없어 뒤엎기를 수차례, 하지만 땅이 없어 농사를 지을수도, 축산업을 할 수도 없던 그는 특산물 가공에 더욱 집중했다.

조 대표는 "처음 하동에 왔을 때는 서울에서 큰 사업하던 내가 여기 청년들보다 낫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농업은 기피 업종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여기서 와서 보니 농작물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수출까지 하는 청년들을 보게 됐고 제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하동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빵이었다. 이후 대롱치즈스틱을 개발해 놀이동산과 휴게소 등에서 판매했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후 우리 농산물을 많이 소비하는 제품을 고민하다가 김밥을 생각해냈다.

식품업체가 사용하는 국산 원료량은 30%에 불과하다. 많은 업체들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조 대표는 "좀 더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냉동이기 때문에 싸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국산 농산물, 신선하고 좋은 재료라는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재료에 정성을 들이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세계 시장에도 진출이 가능하다. 각 나라의 기호에 맞게 김밥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용으로 홍콩 등에서 비빔밥이나 잡채 김밥 등이 인기를 얻고 있고, 비건을 위한 재료를 비롯해 할랄 인증을 통한 중동권 수출도 조율 중이다.

사업 초기부터 재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만큼 재료용 농축산물을 계약재배와 매입을 통해 조달하고, 김밥을 제조·가공하면서 유통 수출까지 해 일찌감치 농림축산식품부의 6차산업 인증도 받았다.

복만사의 냉동김밥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12개국에 수출하는 대표 K-밀키트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냉동을 통해 유통기간을 최대 12개월로도 늘렸다. 2020년 냉동김밥이 처음 나왔을 때 매출은 4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수출길이 열리면서 2021년 45억 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올해는 7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조 대표는 한국의 문화를 담은 밀키트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고, 이미 알려진 우리 문화를 밀키트 안에 녹여 넣는다면 더욱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포장된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닌 한류와 연결하고 퍼포먼스를 가미한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은 수출을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아 대규모 확장을 준비 중이다. 대표적으로 대형 유통 매장을 통한 판매를 위해 대규모 생산을 위한 증축을 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는 리모델링과 증축을 통해 매출을 확대하려 하고, 증축 이후에는 15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코스트코나 까르푸 등에도 납품할 수 있는 여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조 대표는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식품 업계가 되리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앞으로 3개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생각이다. 3년 뒤에는 300억 원의 매출, 5년 뒤에는 5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 제품. (사진제공=복을만드는사람들)
▲복을만드는사람들의 냉동김밥 제품. (사진제공=복을만드는사람들)

조 대표는 "동네에서 최고가 되면 지역에서 최고가 될 수 있고, 지역에서 최고가 되면 한국에서, 한국에서 최고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며 "귀촌한 지 12년 동안 꽃길말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돈 보다 더 큰 삶의 의미를 찾았고, 이제 하동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행복을 만들어 나눠주고 싶어서 회사의 이름을 결정했고, 행복의 수단으로 맛있는 음식으 선택했다"며 "맛있는 음식을 통해 나눠주는 정을 실현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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