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과 함께 ‘과잉의료’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는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지급기준이 세분화될 전망이다.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청구가 가장 많은 항목이자 허위청구가 높아 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백내장처럼 도수치료 또한 지급 기준이 더욱 명확해지면 보험금 받기도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최근 대한정형통증의학회에 실손보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학회는 이에 따라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에 관한 최신 지견’이라는 주제로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정형통증의학회 관계자는 “오는 11월 말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당 의료행위에 대한 의학적 판단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주요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가장 많이 청구하는 대상이다. 도수치료 보험금이 급증하고 일부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제보 등에 따라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기 조사·대응을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도수치료와 관련해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2019년 9036억 원에서 지난해 1조4180억 원으로 5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회사로부터 수사가 의뢰된 의료종사자와 환자 수는 각각 18명에서 42명으로 133.3%, 679명에서 1429명으로 110.4% 늘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도수치료 관련 보험금 청구액(1조4180억 원)은 전체 실손보험금의 11.0%에 이른다.
이는 실손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주고, 선량한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제 2020년 기준 실손 보험 가입자 10명 중 6명은 1년간 보험금을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의 가입자가 보험금을 독식하는 구조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7.9%로 집계됐다. 보험사가 보험료 1만원을 받아 1만279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2790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비급여 지급기준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법원에서 도수치료와 함께 대표적 과잉진료 중 하나였던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 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보험사들의 지급기준이 정비되자 수술 건수와 비급여 비용이 급감했다.
업계에선 일부 병원이 과잉 진료로 도수치료 보험금 청구를 계속하는 만큼, 보험금 지급기준을 지속해서 정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보험금의 증가는 손해율 악화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