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사들에 ‘가계통신비 완화’와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요금제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5G 중간요금제’ 출시 주문에 지난해 8월, 이동통신 3사는 5G 중간요금제 첫선을 보였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백인 40~100기가바이트(GB) 구간에 대해 중간요금제를 더 마련하라고 요구해 올 3월 2차 5G중간요금제를 내놨다. 이처럼 단발성 요금 인하 주문이 계속되자 정부가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요금제 인하’ 카드를 내세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이동통신 3사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2022년 5월 10일) 이후 이날까지 이동통신 3사가 새롭게 내놓은 5G요금제는 총 49종이다. 통신사별로 각각 SKT 28종, KT 7종, LG 유플러스 14종이다. 이날 KT가 새 요금제 5종, LG유플러스가 14종을 각각 새롭게 출시해 추가되는 요금제를 모두 합하면 이통3사의 전체 요금제 110종 중 60%가량이 5G 관련 요금제다. 5G 출범 후 4년 동안 출시한 요금제의 절반 이상이 1년 사이에 출시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고 인수위원회 가동부터 곧바로 도입을 추진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동통신 3사에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청하며 5G 중간요금제가 첫선을 보였다. 올해 3월 5G 중간요금제를 한 번 더 쪼갠데 이어 청년요금제, 시니어요금제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정부는 가입자의 사용 패턴에 따른 최적의 요금 플랜을 안내하도록 하는 ‘최적요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또, 연내 5G 요금 시작 구간을 낮추고 로밍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통신사에 특정 요금제 출시를 강요하는 건 시장 질서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0년 사업자들의 자율 경쟁을 위해 유보신고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정부는 인가제 시절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공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요금 경쟁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기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말대로 ‘가계통신비 부담 인하’가 목적이라면, 단발성에 그치는 요금 출시 유도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신사들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위적인 요금 제한이 옳은 것인가, 이게 시장 경제 체제에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요금을 얼마 내려라’ 하는 건 단기적인 방향이다. 전체적으로 시장이 선순환하게 만들어 활성화돼야 결국엔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통신시장 개입이 결국 인프라 투자 소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단발성으로 요금을 인하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TE 사례를 보더라도, 성숙기에 도래했을 때 다양한 요금제가 나왔다. 무제한 요금제도 LTE 후반기에 나왔다”며 “5G 요금제는 이제 망을 깔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 아직 수익을 거둘 때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미래 네트워크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우려가 생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