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생산직 인력난 ‘심각’현실
꿈나무 발굴하고 보상 강화해야
예로부터 위기가 찾아오면 인재를 찾는다. 삼국지에서도 의형제 관우, 장비와 나라를 다스리던 유비가 위기를 느끼자 제갈량이라는 인재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부터 중기 제조업까지 여기저기, 너도나도 인재를 입이 닳도록 외치는 것을 보니 위기가 오긴 온 모양이다. 인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인재(人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 △인재(人才: 재주가 아주 뛰어난 사람) △인재(人災: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재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80년대 이전까지는 의대뿐만 아니라 이공계로도 인재(人材)가 몰려갔기에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최상위 인재(人材) 거의 모두가 의대로 간다.
이런 의대 등 전문직 편중현상이 지속된 결과, 정부까지 나서 이공계 인재발굴과 육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큰 역할을 하던 반도체 산업에 위기가 찾아오자 인재(人材)를 찾기 위해 대학교에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졸업하면 취업도 시켜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가면 아무리 못해도 개인병원을 개업하거나 월급 의사를 해, 매년 평균 수억대 수입을 노년까지 벌 수 있다. 반면 반도체 학과를 나와 입사하면, 아무리 능력이 출충해도 55세 전후까지만 일할 수 있고, 급여는 의사 수입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반도체 학과에 오면, 직장에 취업시켜준다는 것에 혹해 학과를 선택하는 최상위 인재(人材)가 있을까.
중소·중견기업은 인재(人材)뿐 아니라 생산직 인재(人才)도 없어 반도체 산업보다 심각하다. MZ세대 사이에서는 경영이 어려워 급여를 많이 줄 수 없다는 중소기업 사장이 수억 원대 고급 승용차를 타고 호의호식하면서, “요즘 젊은애들은 힘든 일을 안 하려 한다”는 말 들으며 일하느니 차라리 노는 게 낫다고 말한다. 조금 덜 받더라도 편하게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겠다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농어업 현장도 사람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런데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들도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가 낮고 힘들다며 도망가거나, 이직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장에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외국인 노동자 6개월 내 이직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인재(人材)와 인재(人才) 부족 문제를 법무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를 이민청 설립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자원도 없고, 그저 인재 하나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온 우리나라가 어쩌다 인재가 없어 이민청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왔을까. 인재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대우와 보상도 소홀히 한 인재(人災)는 아닐까.
반면 인재 발굴과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K-콘텐츠 산업이다. 과거 엔터사들은 뛰어난 인재를 찾아 훈련을 시킨 뒤, 가수나 연기자로 데뷔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데뷔시키다 보니, 각종 사건사고 등 인재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이미 갖춰진 인재가 아닌, 인재가 될 만한 사람을 어릴 때부터 뽑아 트레이닝을 시켰다.
보이그룹, 걸그룹 준비생들에게 노래와 춤 연습뿐 아니라 교육은 물론 인성 교육까지 하며 인재를 육성했다. 하나의 아이돌그룹을 데뷔시킬 때까지 매년 평균 5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정부가 법을 개정해 연예인과 소속사의 노예계약을 못 하게 막았고, 과거 기획사만 큰돈을 벌고 정작 연예인은 제대로 된 수익을 받지 못하던 악습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 결과 연예인이 재벌 부럽지 않은 돈을 벌게 됐고, 이제는 K-엔터 산업 매출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엔터 산업 인재 발굴과 양성에 직접 나서지도 않았고, 국민 세금을 지원해 주지도 않은 결과다.
인재를 필요로 하는 각 주체는 정부에 하소연하고 대책을 요구할 것은 해야겠지만, 인재가 될 만한 싹을 찾아 투자하고 육성하며,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K-엔터산업의 성공을 정면교사(正面敎師)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