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리크루팅을 위해 도입한 보험모집 선지급 수당체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악용되면서 보험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설계사들이 이를 이용해 한 몫 챙긴 뒤 타사로 '먹튀'하면서 고객들에 대한 관리도 허술해지고 있어 선지급 수당 체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보험실적을 올리고 수억원대의 수당을 챙긴 D생명 설계사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3월~8월까지 6개월 동안 270여건의 가짜 계약을 통해 6억원 가량의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에는 L손해보험의 보험판매왕이 1년7개월간 220여건의 가계약을 체결해 35억원에 이르는 선지급 수당을 가로채기도 했다.
설계사들이 수억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선지급 수당체계 때문. 외국계 생보사를 중심으로 도입된 선지급 수당은 현재 대형 생보사에 이어 손보업계로까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대형사는 2~3년동안 보험계약 유지를 조건으로 60~70%의 선지급 수당을 주며, 외국사는 1년~1년반 유지시 80~90%를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험대리점들은 계약 기간을 1년 유지 조건으로 전체 수당의 70~80%가 가입이 이뤄진 다음 달에 지급되며 이는 대리점 실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현장의 설계사들은 통상 선지급 수당에 대해 분납을 기준으로 12개월동안 매달 나눠 받는 것이 아니라 10달치를 한꺼번에 받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전략상 정확한 수당 체계를 밝힐 수 없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선지급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설계사들에게 들어오는 돈이 순식간에 커지자 이를 악용하는 설계사들도 늘고 있지만 업계는 선지급 수당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모집인의 편의와 보험사의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지급 방식이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보험사가 선지급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설계사를 늘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지급 수당의 피해가 고객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사들은 일정기간 보험계약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설계사에게 수당을 미리 지급하고 수당지급 후 보험계약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기지급한 수당 중 일부를 환수한다.
그러나 작정하고 수당을 챙긴 설계사들에게 환수를 받기란 어려운 일. 결국 이는 예정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보험료 인상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5월 현재 예비조사를 끝내고 보험대리점과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본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따라 선지급 수당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보험사의 영업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자율화된 수당체계를 다시 규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