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팀장 "달라진 환경서 기존 환율 회귀 주장 조심스러워"
서영경 금통위원 "환율, 펜데믹 이전 수준 하락 어려울 것"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을 넘은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환율이 적정선으로 평가되는 1100원대까지 내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7일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은 페이스북 에세이를 통해 "2010년대 원·달러 환율의 레벨을 만들 수 있었던 핵심은 대중 수출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무역 흑자였을 것"이라며 "그런 대중 수출이 기존 레벨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환율이 그 때 레벨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썼다.
그는 "한국이 새로운 수출 동력을 만들어 낸다거나, 미국의 성장이 크게 위축되고 미국이 강한 완화책을 쓴다면 얘기는 달라지겠다"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코로나 이전과는 달라진 환경에서 기존의 환율로 결국 회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충격이 가시면서 2021년 초 달러당 108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불과 1년 반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작년 말과 올 초, 그리고 최근에 다시 1200원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을 찾는가 했지만, 다시 1300원대로 올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환율이 1200원을 넘겨도 꽤 높다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1200원이면 안정적으로 보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 팀장은 "2010~2020년 환율 움직임을 보면 대체로 1080원~1220원 사이를 오갔다"며 "2014년 여름에 1000원까지 하락한 적은 있지만 대체로 1000원대보다는 1100원대에 오랜 기간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과거 환율 안정에 대해 대중 무역 흑자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신화가 시작됐고, 한국은 중간재를 대거 수출하면서 엄청난 대중 무역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으로 엄청난 달러 자금이 밀려들어 왔고, 달러 공급의 확대는 달러 약세를 만들게 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6월 '2023 BOK국제 컨퍼런스'에서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서 위원은 "지난해 원화 약세 배경에는 경기적 요인뿐만 아니라 대중국 경쟁심화, 인구고령화, 기업·가계의 해외투자수요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원화 환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무역수지를 통한 환율의 자동안정화 경로는 약화됐다"며 "수출입가격의 달러표시 확대, 중간재·에너지의 높은 수입의존도 등으로 인해 원화가 절하되더라도 수출증가와 수입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