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후] 소상공인 '최후의 보루', 이젠 속도전

입력 2023-08-17 05:00 수정 2023-08-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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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효 중소중견부 차장

한꺼번에 추진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무더기 개편 방안이었다.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16년 된 노란우산공제를 대수술 하겠다며 최근 개편안을 내놨다.

노란우산공제는 공제뿐 아니라 대출과 보험 등 소상공인의 종합금융기능을 수행한다. 소상공인 생활 안정의 마지막 보루로도 불린다. 지난 16년간(2007~2023년 6월 기준) 공제금으로 푼 금액은 6조 원이다. 이 중 지난해 말까지 폐업공제금으로 지급한 규모가 4조7000억 원이다.

노란우산공제는 규모 면에선 교직원공제(56조9000억 원)에 밀리지만 성장 속도에선 압도적 1위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2007년 출범 당시 4000명 수준이었던 공제 규모는 현재 171만 명에 달한다. 이 기간 부금 잔액은 30억 원에서 23조 원을 넘어설 만큼 비대해졌다.

소상공인들이 노란우산공제에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코로나 시점을 지나면서다. 2007~2022년까지 폐업공제금으로 풀린 4조7000억 원 중 코로나 기간에 무려 절반이 쏟아지며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노란우산공제엔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납입할 만큼 매력적인 혜택이 없다 보니 가입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잊어버린 돈이라 생각하고 내면 퇴직금이 된다’며 성실히 돈을 납입하는 누군가가 있는 반면 일부는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빼면 혜택으로 볼 게 없다는 푸념을 내놓는다.

노란우산공제를 폭풍이 몰아칠 때 우산처럼 써보겠다는 심리적 안전망으로 삼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실제 공제납입금을 내기 어려워 계약을 해지한 건수는 올 들어 5월까지 2만7265건. 지난해 전체(4만4295건)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노후자금, 퇴직금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노란우산공제에 신규 유입의 유인책이 없다는 건 해묵은 비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개편안엔 복지, 보험, 대출, 공제 항목 확대 등 각종 대책이 대거 담겼다. 당장 공제항목 확대와 중간정산제가 내년부터 시행되고, 부금 내 무이자 긴급대출을 올해 하반기부터 확대한다. 재가입 장려금, 지자체 장려금, 복지서비스 통합공고, 가입채널 확대, 복지카드 도입, 자산운용 시스템 고도화, 운용조직 강화 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해야 할 과제다. 내년부턴 장기가입 혜택 제공, 부가상품 도입 검토, 정책보험 바우처 지원, 재기지원 패스트트랙 , 소상공인 동향 분석, 온라인 복지통합플랫폼 가동, 복지플라자운영, 휴양시설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

그간 양적 성장에 몰입했으니 이제 질적 성장을 다룰 때가 된 측면은 이해할 만한다. 하지만 혜택이 적다는 지적에 뒷짐을 지고 있다가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욱여넣기식 대책을 마련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중앙회 내부에서도 법안과 시행령 개정, 전산 개발 등이 수반돼야 하는 상황에서 바로 추진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많은 대책을 떠받칠 자산운용과 수익률도 문제다.

대책만 산더미처럼 토해냈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결국 속도전으로 가야 한다. 손질 의지가 공염불에 그치거나 미적지근해졌다가는 가입자수를 2027년까지 25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요원해진다. 가입 확대와 이탈 방지, 높은 수익률의 삼박자가 균형있게 굴러가야 공제가 진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다. 당장 ‘노란우산공제가 좋냐’는 기초적인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부족한 홍보부터 채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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