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청년, 단군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뭐든 하겠다"
'청년도약계좌' 비판도…"더 어려운 청년이 혜택 봐야"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당 청년 정책을 통합 관리하고 입법 등을 추진하는 'LAB(랩) 2030'을 본격 가동했다. 청년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기구를 통해 여야 명운이 걸린 내년 4월 총선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랩2030' 출범식을 열었다. 기구 수장격인 '랩장'은 당내 청년미래연석회의 의장인 홍정민 의원이 맡았다. 축사차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홍정민 랩장이 서약하라면 하겠다. 뭐든 할 테니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며 "우리 함께 충분히 토론하고 여러 생각, 문제점을 공유해 길을 새롭게 찾아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 청년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같다"며 "그중에서도 현실적인 당장의 어려움보다 미래에 대한 꿈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넓은 간극을 어떻게든 메우고, 청년세대에게도 희망과 꿈,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언제든지 토론하고 결론지어 당에 요구하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수많은 청년 정책들이 발표·시행됐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청년들의 삶과 현실을 세심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기성 정치권의 잘못이고 민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랩2030은 민주당의 청년 정책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해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며 "청년이 주도적으로 기구를 이끌 것이고 정책 고안 과정에서도 청년이 주체가 돼 당에 정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진심으로 기대가 크다"며 "랩2030은 청년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고 생각한다.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나라를 함께 만들면 좋겠다"며 "민주연구원이 늘 함께하겠다"고 축사했다.
행사에 참석한 신혼 청년, 육아 청년, 구직 청년, 지방 청년, 대학생 등은 저마다 겪는 애로사항을 호소하며 정책 제안에 나섰다.
취업 준비 중인 성준엽 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 2000만원을 받았다"며 "전세 2억은 고사하고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도 청년 입장에서는 어렵다. 청년의 치기어린 불평으로 보지 말고 정치권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말헀다.
이 대표는 "아르바이트로 자산을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정부의 자산 형성 지원은 '매칭 형태'로 돼 있다. 실제 월 70만원씩 낼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어려운 청년이 더 혜택을 볼 수 있게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월 70만원 한도 내로 5년간 적금하면 최대 6% 금리에 정부 기여금(월 최대 2만4000원), 비과세 혜택(15.4%) 등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자산 형성 지원 정책 '청년도약계좌'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청년 시절 1000만원이 성공한 이후 1000만원보다 몇 배 가치가 있다"며 "청년 기본자산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했다.
그 밖에 청년들은 실업급여 신청 간소화, 국가교육위 구성에 청소년 몫 배분, 지방 일자리 확대 등 지방소멸대책 등을 요청했다.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중요한 영역"이라며 "반드시 권한을 획득해서 필요한 일을 우리 손으로 해낼 수 있는 기회를 청년 여러분들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랩2030은 청년이 주도한 정책을 시리즈별로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정책 마련 과정에서 청년과 당 지도부 등 책임자와의 교감폭을 강화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홍 의원이 "당대표의 서약까지 받아내는 강력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웃으며 "네,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