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차주(대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을 확인하는 등 강도 높은 점검을 진행 중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전 금융권에 대해 부동산 PF 대출 자금 관리 내역을 점검하면서 저축은행의 경우 차주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대출 잔액을 확인하는 등 고강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무작위 샘플링으로 차주에게 직접 대출 잔액 등을 확인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BNK경남은행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터진 것을 계기로 금감원은 전 금융권에 자금 관리 내역을 점검해 보고하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잇단 PF 횡령 사고가 났던 저축은행이 집중 점검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KB저축은행(94억 원)과 모아저축은행(59억 원), 한국투자저축은행(8억 원) 등에서 횡령이 발생했다.
아울러 5월에는 흥국저축은행과 오투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 관련 경영유의사항을 통보받았다.
흥국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 잔액(817억 원)이 총여신(4679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고, 오투저축은행은 PF대출 취급부서(영업조직)에서 사후관리 업무를 담당해 각각 경영유의 통보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이 횡령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로 복잡한 대출 구조를 꼽는다. 자금규모가 크고 사업장 공정률에 따라 자금이 집행되는 구조로 루프홀(법적 허점)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등은 자금 집행 부서와 결제 부서가 분리돼 있고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해당 거래가 실제로 이뤄진 게 맞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반면 부동산 PF 대출은 자금 운용 주체와 관리 주체가 명확하게 나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 실시간으로 자금 거래를 검증하는 제3의 기관도 없다.
이에 금감원은 1월 저축은행권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내부통제 개선방안은 영업, 심사, 자금송금, 사후관리 등 업무에 대해 담당부서(담당자)를 분리하고, 송금시스템을 개선해 수취인을 임으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전산을 차단했다.
이 밖에 PF 대출금이 사전에 등록된 지정계좌로만 입금되도록 제한하고 차주에게 PF 대출금 송금 시 문자를 발송하는 등 자금인출요청서 위·변조를 방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