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설치…정경유착 근절
“임기 내 정치인 참여 없다”
“4대 그룹 함께 잘해보자 얘기”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신임 회장이 향후 협회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제시했다.
4대 그룹(삼성ㆍSKㆍ현대차ㆍLG)의 탈퇴 계기가 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설치한다.
류 회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한경협의 방향을 묻는 말에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CSIS 이사직을 지내고 있는 류 회장은 “한경협이 추구하는 가치가 CSIS와 맞닿아 있다”며 “모든 분야의 이슈, 특히 북한 관계 등과 같이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많이 다루는 CSIS 같은 조직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굉장히 축소된 상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다수의 경제연구원과 협력하고 이를 보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장 취임 소감과 포부를 묻는 말에 류 회장은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안이 없다고 하니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을 수락했다”며 “싱크탱크로서 다른 경제단체들과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좋은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이어 정경유착 사례의 재발 방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류 회장은 “20년 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직을 맡았는데, 가장 아쉽고 부끄러운 점이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라며 “전경련에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정경유착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내부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경협은 정경유착 등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위원 선정 등 세부 방안 마련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또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 할 ‘윤리헌장’도 채택했다.
한경협은 이날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하나로 통합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정관에 통합되는 기관의 회원 지위를 승계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사실상 다음 달 내로 4대 그룹의 복귀가 확정됐다.
이런 결정을 두고, 한경협이 4대 그룹 가입을 유도하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한경협이 그들의 가입을 유도한 것이 아닌 한국경제연구원과 합병을 하게 되며, 기회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4대 그룹이 다 같이, 다시 한번 잘해 보자는 의견이 모인 만큼 잘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지난 6개월간 회장 역할을 수행한 김병준 전 회장 직무대행을 고문으로 선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류 회장은 “지난 6개월 간 함께 일하며 아이디어도 좋고 사업 관련 지혜도 많은 분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전경련을 이끈 경력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고문으로 모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정치인들이 한경협의 고문이 되는 것은 제 임기 내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