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를 바라보는 법원 내 시각이다. 어쨌든 법원에는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수장이 교체되면 당연한 일 아닌가 싶지만,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명수 대법원장과 달리 이 후보자는 ‘민사판례연구회’ 소속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게다가 이 후보자가 보수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당장 김명수 호(號) 대법원이 폐지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가 부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명수 체제’에서 대안 없이 일단 고법 부장판사제가 폐지되자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법원장 추천제’와 결부되며 자리가 보존된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은 법원장 추천 대상이 된 반면, 고등법원 판사들은 빠져버린 것이다. 죄다 고법 판사로 바꾸면서 연수원 기수에 따라 합의부 재판장이 되기엔 경력이 부족한 법관들과 뭉뚱그려져 법원장 추천 대상에서 고등법원 합의부 재판장들이 제외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때문에 법원장 추천제가 야기한 인사 형평성 및 공정성 문제를 보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법 부장판사를 삭제하기 위해 법원조직법까지 개정하고는 더 중요한 자리라 할 수 있는 각급 법원장을 추천으로 뽑는 방식을 대법원 예규만으로 도입하는 게 법체계 균형상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김명수 체제 ‘사법개혁’ 명분 아래 단행된 조치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본래대로 원위치하던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법조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 고법 판사는 “사법부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면서 “내년 총선 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지 않는 이상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여서 제대로 될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서울고법 재직 당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형량을 별다른 이유 없이 감형해 줬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33년 넘게 판사 생활을 하면서 내렸을 수많은 판결문 중 특정 한 건만을 가지고 대법관 자질 전체를 논하는 지적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후보자에겐 다른 판결들도 존재한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생후 11개월 된 영아를 숨지게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원장에 관한 형사 사건에서 1심 형량이 가볍다며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보육교사에게 징역 6년을, 집행유예를 받은 어린이집 원장에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각각 판시하면서 법정 구속했다.
또한 시위 도중 경찰의 살수차 진압으로 머리를 다쳐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인정하고 집회 관리 총괄책임자로서 서울경찰청장의 법적 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 ‘틱(Tic)’을 2가지 이상 하는 ‘투렛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장애인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인정한 판결은 2016년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고법 판사로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 파기환송심의 주심을 맡았으며, ‘퍼블리시티권(초상 사용권)’ 내용을 최초로 규명하고 실무상 지침이 될 사항들을 체계화한 업적 역시 있다.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는 이 후보자에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고자 애쓰는 대법원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말’ 보다 ‘행동과 실천’만이 우려를 기대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