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의사 결정과정에서 압도적으로 부족했던 성별의 균형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한 때 ‘금녀의 벽’으로 불릴 만큼 보수적인 금융권 역시 유리천장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고 깨지지 않는’ 장벽은 두텁기만 하다.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는 마스코트나 상징적인 존재로 불릴 만큼 소수에 그친다는 점이 방증한다. 양성 평등을 외치지만 금융권은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정글’인 셈이다.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매년 여성 인력 육성과 성평등을 위한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성 금융인의 승진은 여전히 ‘바늘구멍 뚫기’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구멍은 더 좁아진다. 아직도 여성 임원이 탄생할 때면 금융권에서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3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올해 2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주요 생명보험(삼성·한화·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농협생명) 및 손해보험(삼성화재, 현대해상, DB·KB손보, 메리츠화재),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23개 금융사 임원 899명 중 여성은 84명(9%)에 그쳤다.
2021년 3월 말 7%(860명 중 56명)7% 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리더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맞닿아 여성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여전히 여성이 승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은행과 손보업권은 유리 천장이 두꺼웠다. 두 업권의 여성 임원 비율은 8%로 두 자릿수 아래였다. 그나마 카드와 생보업권은 각각 10%, 11%였다.
은행의 경우 전체 임원 155명 중 여성은 13명에 불과했다. 2021년 3월(7명) 보다 6명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임원은 19명 증가했다.
농협은행(12%)을 제외하고 4대 시중은행은 여성 임원 비율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은행은 4명으로 KB국민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명으로 가장 적었다.
손보사에서는 KB손보와 메리츠화재가 2021년 3월보다 여성 임원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B손보는 5%에서 2%로, 메리츠화재는 10%에서 7%로 감소했다. 반면 현대카드는 전체 60명의 임원 중 여성이 10명으로 전체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이 가장 많았다.
여성 임원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융권 여성 CEO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여성 CEO는 전체 59개사 63명 가운데 4명으로 전체의 6%에 불과했다.
은행권에서 여성 행장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등 2명이 전부다. 국책은행과 외국계 은행으로 시중은행은 단 한 차례도 여성 행장이 나오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서는 KB증권의 박정림 대표가 유일하고 보험업계에서는 모재경 에이스손보 대표,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 2명이다. 카드사에는 여성 CEO가 단 한 명도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 리더가 나오기 위해서는 인력 층이 두터워야 하는데 금융권의 관리자급 여성 비율이 너무 적다”며 “여성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