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펀드판매를 준비해 왔던 저축은행업계가 경기침체로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에 판매를 속속 포기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저축은행들이 펀드판매를 숙원 과제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판매의사를 밝힌 것과 상반되는 것으로 저축은행들이 자산현황 및 타당성조사, 수익성 등 다각도의 치밀한 계산 끝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여진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HK저축은행은 지난해만 해도 관심을 가지고 전산전문인력 확보와 펀드판매사 강좌 등 열성적으로 준비했지만 고객 분석 등을 조사한 결과 펀드판매로 인한 수익성 등 타당성 조사에서 회의적으로 나타나 펀드판매를 포기했다.
저축은행이 서민중심의 금융권으로 대부분의 고객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에 반해 펀드의 경우 리스크가 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자산증식을 원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인데, 펀드는 그 성격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고 수익성 부분에서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아래 펀드판매 의사를 거뒀다”고 밝혔다.
다른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도 “전산시스템 도입과 펀드판매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제반비용 대비 펀드판매로 인한 수익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펀드판매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솔로몬이나 현대스위스등 자본으로 무장한 상위 저축은행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펀드판매를 준비중인 선두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로 펀드로 인한 수익성 부분에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펀드를 비롯한 방카슈랑스와 같은 보험상품까지 판매할 계획이지만 펀드판매의 경우 수익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
펀드판매를 진행 중인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자사가 펀드판매를 준비하고 있고 대부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맞지만 이를 이용해 당장 높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펀드판매는 저축은행의 선두로써 고객의 니즈에 따라 종합금융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선점효과 중 하나일 뿐이다”고 밝혔다.
업계는 저축은행들이 펀드판매를 포기하는 또 다른 이유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감원의 강력한 조치에 대한 부담을 들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펀드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점검 하는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불완전판매가 세 차례 적발되면 판매자격을 영구박탈하고 판매기관에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는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강도가 높아졌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전반적 제도개선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펀드판매 허용은 제도개선작업이 끝난 후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펀드판매 시점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