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국내 정치권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현행 5000만 원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일 정무위에 보고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안'에서 "향후 찬·반 논의,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상향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보호 한도를 당장 높이기보단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이나 예보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공개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인상하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이뤄져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동 자금은 은행 예금의 1% 수준에 불과해 전체 시장에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저축은행업권 내 수신 경쟁이 벌어지면 일부 소형사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용역 결과에 포함됐다.
국내 금융회사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가운데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 수 비율도 전체의 98.1%에 달한다. 정작 1억 원으로 보호 한도를 늘리더라도 추가로 혜택을 받는 비율은 1.2%포인트(p) 증가하는데 그쳐 실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논의된 사항도 공개됐다. 금융업권은 "현재도 예금자 대부분이 보호되고 있어 한도 상향의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업권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연금저축, 사고보험금 등 별도 한도 적용을 추진 중인 부분도 있어 제도 개선의 효과를 지켜본 뒤 전체 한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 측면에서 한도 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변수는 국회 논의 과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가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 원으로 유지돼 경제 규모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