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시즌이라 바쁘겠다는 질문에 대한 금융권 관계자들의 답변이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금융사도 있었다. 이는 정무위원회가 증인·참고인 명단을 공개하기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해 유독 많았던 은행 직원들의 횡령과 금융사고로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업계에는 긴장이 맴돌았다. 국감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줄줄이 소환돼 집중 포화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무위가 증인·참고인 명단을 공개하자 ‘맹탕 중 맹탕’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올해 금융권을 달궜던 이슈와 관련된 증인들이 대거 빠지면서다. 금융지주 회장은 고사하고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은행장까지 증인 채택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에 대한 질의가 대부분이었다. 17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눈에 띄는 명단은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한 7개 은행의 준법감시인 정도다.
국감에 기업인을 소환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5대 은행장들이 국감에 불려 나왔다. 당시에도 대규모 횡령사고와 이상 외화송금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문제를 묻기 위함이었다. 정무위원들의 날선 질문에 은행장들은 연신 ‘죄송하다’, ‘시정하겠다’는 말과 함께 향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오너가 참석한 국감에서 기업 잘못을 지적했을 때 좀 더 확실한 시정이 이뤄진다고 한다. 국회가 ‘호통’을 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은행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사고가 터졌다. ‘한가함’을 보여주고 있는 올해 국감이 지나면 무엇이 남을까.
앞으로 증인·참고인이 추가될 여지는 있다. 27일에 예정된 금융위와 금감원의 종합감사를 위해 20일까지는 추가로 증인 및 참고인을 소환할 수 있다. 이번 명단에서 빠진 금융지주 회장들이 새로 추가될지 업권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