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비명 솎아내기, 역풍 가능성…추가 체포안 우려도
징계시 최소규모 관측…李, 전현 원대회동서 통합 의지 밝힐듯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3일 최고위원회의)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며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가결 투표한 비명(비이재명)에 대해 사실상 '사면령'을 내렸지만,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에서는 비명계 해당 행위를 징계해야 한다는 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비명계 징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친명계와 '굿캅·배드캅' 역할을 분담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의 이러한 주문과 관계없이 비명계 징계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왈가왈부 말라'는 건) 지금 국민의 삶이 더 고단하니 잠시 미뤄두자는 것"이라며 "(징계) 대상이 됐던 분들이 이제 내부 총질하지 말고 밖으로 총구를 돌려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무능을 비판하는 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행위는 늘 일상적 당무로 처리했다"며 "해당행위를 해놓고도 이걸 징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에서 "지금으로선 그(가결파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 문제가 잠복돼 있다. 당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국면 이후에도 비명계 내에서 이 대표 리더십을 흔드는 언행이 나올 경우 언제든 징계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마음에 안 든다고 비명계를 징계하는 것은 누가 봐도 하책이고 이 대표에게도 큰 부담"이라면서 "하지만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고 지지층도 달래야 하니 친명이 대리해서 기강을 잡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대표가 공천권이라는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섣불리 반대파를 솎아낼 경우 집단 반발 등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온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추가적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비명계 협조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지언정 대외적으로 단합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23일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구속 직전까지 몰렸다가 화려하게 재기해서 금의환향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뭐가 있나. 통합 강조하고 민생에 치중하는 행보만 해도 충분히 득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친명계의 징계 언급에 대해서는 "도대체 뭐가 해당행위에 해당하길래 이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끌고 왔는지 유감"이라고 했다.
때문에 설령 이 대표가 비명계 징계를 결정하더라도 최소 규모·수위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는 굿캅, 친명계는 배드캅으로 가는 것 같은데 비명계 징계는 많아야 3명이고 수위도 높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이 대표는 포용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만간 발표를 앞둔 지명직 최고위원·정책위의장 인선에 탕평 인사 여부나 이 대표 사법 리스크 수사·재판 결과 등은 잠시 잦아든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주요 당직 계파 안배는 이 대표의 통합 의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이 대표는 내일(26일) 전·현직 원내대표 9명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두루 청취할 계획이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우상호·우원식·홍영표·이인영·김태년·윤호중·박홍근·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참석 대상이다. 중요한 당무 결정을 앞두고 성사된 자리인 만큼 통합 의지를 드러낼 계기로 삼을 공산이 크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당의 현안,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며 "다음 총선을 승리하는 것이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통합을 잘 이뤄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