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교도소 내 만델라 소년학교. 올해 3월 개교한 이곳에는 17세 이하 소년 수형자 36명이 수감돼 있다. 이들 중 27명은 지난 8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0명이 올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전한다. 사상 처음으로 교도소 내에서 치러지는 수능 시험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도소 안에 시험장을 설치하고, 수능 응시 수수료 등도 전액 지원한다. 시험 당일인 16일 만델라 소년학교는 구로구 13지구 제6시험장이 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수능 시험을 치르고자 하는 수형자는 교정시설의 허락을 받아 외출해 일반 시험장의 별도 분리된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까다로운 탓에 실제 수능을 치르는 수형자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13일 방문한 만델라 소년학교는 학교와 교정시설의 모습이 공존했다. 쇠창살로 외부와 차단돼 있지만, 벽면에는 나무 형상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자습실과 상담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소년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김종한 사회복귀과장은 "소년 수형자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출소한 뒤 사회에서 범죄의 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수용자들이 교도소에 있는 기간 교정, 교화를 거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곳의 소년 수형자들은 본래 경북 김천 소년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지난 3월 이곳으로 이감됐다. 성인 수형자들과 분리돼, 2층 수용실에서 생활을 하고 1층 교실과 자습실 등에서 공부를 한다
이날 수능을 앞둔 10명의 소년 수형자들은 연세대에서 강의를 나온 대학생 강사로부터 영어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소년학교 측은 연세대에 공문을 보내 수형자들의 수능 준비를 돕기 위해 수업이 가능한 대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4명의 연대생이 월, 화, 목, 금 번갈아 가며 소년학교에 와 약간의 강사료를 받고 국어와 영어, 수학, 그리고 한국사를 가르친다.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재학생 정명주(20) 씨는 "아이들에게 수능 영어 과목에서 모르는 단어 나온다고 겁먹지 말고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등 수능 팁도 전했다"며 "교도소 학생들을 보니 앞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서 편견 없는 눈으로 잘 이끌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곳 소년 수형자들의 학습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기초학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교도관 임진호(29) 씨는 "기초학력이 아예 안 갖춰진 애들도 있고, 어느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아이도 있다"며 "학습 편차를 줄이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학습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10명의 학생 중 4명은 내년 4월 이후로 출소가 예정돼 있다. 이들의 대학 진학 문제에 대해 김 과장은 "대학 측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휴학을 하고 복무 기간을 모두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형기가 남은 수형자들에 대해서도 "내년 이후 출소하더라도 본인이 열심히 임하고 단기가 지나면 가석방도 가능할 것"이라며 "방통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교도소로 이송을 가서 학위를 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10명의 수형자들의 형기는 2년에서 15년까지 다양하다. 15년형은 웬만한 중범죄를 저질렀을 때 받게 되는 형이다. 공부만큼이나 범죄에 대한 반성과 교화도 중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 임 씨는 "소년 수형자들에게 자신 스스로에 대한 반성문과 가족,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을 써보게 시키고 있다"며 "아이들이 분명히 반성하고 느끼는 게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