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장기 연애를 마치고 해외로 떠난 신혼여행. 빠듯한 일정에 편안함을 찾아 선택했던 패키지여행에서 수다쟁이 여행객을 만났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왔다는 파란 눈의 남자 여행객은 유독 동방의 작은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듯했다. 기자 또한 직업의식을 최대한 발휘해 양국의 국방 현황과 폴란드 게임 개발사 'CD PROJEKT'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2시간 남짓 흘렀을까. 이야깃거리가 고갈될 즈음 기자보다 2년 결혼 선배라고 한 그는 언제나 아내에게 헌신하고 배려할 것을 조언했다. 대화 주제가 고갈되어 갈 때쯤 두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자녀 계획과 K-저출산 문제로 흘러갔다.
줄곧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던 그의 표정이 씁쓸해 보이기 시작한 것 주제가 바뀐 직후였다.
역시 1.33명으로 유럽 내 출산율 하위권인 자국(폴란드)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한국의 출산율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 문화적 성과 등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머지않아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져 '인구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자녀가 없는 젊은 가구들은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로 고용, 주거, 양육 불안 심화 등 시간과 경제적 문제를 꼽는다. 여기에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경쟁이 심한 우리나라 특유의 분위기는 현 상황을 더 어렵게 느끼게 만든다.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것”이라는 신혼부부들의 말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에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280조 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신혼부부에게 3명 이상의 다자녀 혜택 등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하나도 힘든데 언감생심이다.
청년들이 아주 조금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저 작은 청년 주택이라도 편하게 들어갔으면, 출산 축하금이라도 시원하게 받았으면 한다. 이게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