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 갈등 내년초까지 이어질듯…"이념대립 안돼"

입력 2023-1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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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오전 8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 교육감은 출근길에 오르는 시민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손현경 기자)
▲12월 18일 오전 8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 교육감은 출근길에 오르는 시민들에게 "학생인권조례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손현경 기자)

보수 우위인 지방의회에서 잇따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은 진영 간 세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갈등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인권특위)는 22일 오전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시키려는 회의를 취소했다.

이에 폐지 기로에 놓였던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올해는 폐지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전히 찬성하는 입장이라 내년 초 다시 폐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최초로 제정된 이후 서울도 2012년 주민 발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어 충남·광주·전북·제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하지만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의 권리만 지나치게 보호돼 교권침해 현상이 심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교육부는 지난달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내놨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기존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된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의 내용은 빠졌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 진영이 학생의 휴대폰 소지 허용, 두발 자유, 체벌 금지 등을 보장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 원인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추진하자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서울 인천 광주 울산 세종 충남 경남 전북 제주 등 9개 시도 교육감은 19일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를 중단하라"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례 도입으로 학생 인권이 개선됐다는 근거 자료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 도입 이후 학생들이 느끼는 인권보호 효능감이 64%에서 70%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교육청이 실시한 2015년 1차·2019년 2차 학생인권실태조사 등을 참고한 결과다. 또, 시교육청은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중 ‘체벌을 받은 적 있다’는 응답이 2015년 18.9%에서 6.1%에서 감소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교권 침해 이슈와 더불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힘을 받으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폐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실제 충남도의회는 지난 15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의회 역시 당초 19일 교육위원회를 열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상정·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전날인 18일 법원이 해당 조례안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이념대립 양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을 이념 대립의 중심으로 끌어넣어 대리전을 치르게 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면서 “차제에 국가교육위원회 혹은 국회가 주도해 교사, 학부모, 학생,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열린 논의를 진행해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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