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및 합병 수수료’ 반토막 영향
한투 1위, 메리츠 2위…지난해 이어 연속 선두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던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부진한 영업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투톱’ 자리를 지켰다.
31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9곳의 올해 1~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3조7802억 원)보다 38% 감소한 2조34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부동산 PF 사태와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 속에서도 2021년 같은 기간(3조5066억 원)보다 7.8% 늘었지만, 올해는 2조 원대로 줄어든 셈이다.
IB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인수 및 주선 수수료 △매수 및 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총액을 말한다.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상장 주관, 매수 및 합병 수수료는 인수합병(M&A),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올해 IB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매수 및 합병 수수료가 반 토막 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증권사 인수 및 주선 수수료(6492억 원)와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1조2213억 원)는 전년 대비 각각 19.14%, 37.01% 감소했는데, 매수 및 합병 수수료(4719억 원)는 54.45% 줄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상위권 IB 실적 순위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1, 2위 자리를 지켜냈다. 두 증권사의 IB 수수료 수익은 각각 3150억 원, 2869억 원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주요 딜 참여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른 인수 및 주선 수수료 증가로 IB 부문 수익이 전 분기 대비 2.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반적인 IB 시장 침체로 두 증권사는 각각 IB 수수료 수익이 같은 기간 30%, 18%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나홀로’ IB 실적 4000억 원을 넘기며 2위인 메리츠증권과 크게 격차를 벌렸던 한국투자증권도 올해는 3000억 원대 실적이다.
3위 자리는 2089억 원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을 맡은 KB증권이 인수 및 주선 수수료 수익을 크게 얻으면서 3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4위로 밀려났다. 실제 지난해 공모총액 1위를 기록한 KB증권은 올해 4위를 기록했다.
이외 올해 1~3분기 IB 실적 순위는 △삼성증권(5위) △하나증권(6위) △신한투자증권(7위) △미래에셋증권(8위) △SK증권(9위) △대신증권(10위) 등 순이다. 지난해 △하나증권(5위) △하이투자증권(6위) △삼성증권(7위) △다올투자증권(8위) △신한투자증권(9위) △현대차증권(10위)와 비교하면 순위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한편 IB 시장 침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실적이 늘어난 증권사는 SK증권(6.39%), 상상인증권(670.71%), 카카오페이증권(69.53%) 뿐이다. 상상인증권 관계자는 “FICC(채권·외환·상품)본부 영입에 따른 DCM 영업 활성화로 인수 및 주선 수수료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악화와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도 금융자문이나 중계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