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에 빚투 늘어난 것으로 보여
섣부른 기대감 ‘금물’…증시 변동성 주의
신용거래잔고가 늘어나며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우려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불어 테마주에 이목이 쏠리면서 빚투 양상이 짙어진 것이다. 다만 실적발표 기간 등 변수가 상존하는 시기인 만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15일 기준 총 18조3480억 원으로 집계됐다. 2일 17조 원대로 시작한 신용거래융자는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 1월 초에는 신용거래융자 금액이 15조 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늘어날수록 빚을 내서 투자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늘어난 데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 영향이 크다.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연초대비 7%가까이 늘었는데, 코스피 시장은 1% 조금 넘게 늘어서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각각 9조7196억 원, 8조6284억 원이다.
빚투가 증가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사실상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빚투에 나선 것이다.
다만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지난해 말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2600선을, 코스닥은 860선을 돌파한 채 지난해 마지막 장을 마감해 기대감을 한 차례 끌어올렸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연초 조정을 거칠 수 있어 빚투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어, 실적에 따라 증시가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기대 하에서 지난해 연말 도달했던 코스피 2650 선은 올해 실적 상향 기대를 꽤 반영했다”며 “현시점에서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 기대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또한 유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정책금리의 인하 없이도 금융환경이 완화되면, 실제 인하의 시급성과 필요성은 줄어든다”며 “연준이 긴축 강도를 조절하기에 앞서, 역설적으로 시장의 기대를 조정하기 위한 매파적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금리 등락에 인플레이션 전망과 금리정책의 기대뿐 아니라 발행물량 등 수급 요인의 영향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대응으로 대규모 재정적자 이후 발행 규모가 줄어들던 미국 국채 발행시장에서 하반기 이후 증가하고 있는 순발행 규모는 금리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에 대한 시장의 관성이 아직 커서 이 관성이 약해지고, 시장의 기대와 연준의 스탠스 간의 간극이 좁혀져야 한다”며 “시장의 기대가 약해지든, 연준의 스탠스가더 비둘기파적으로 변하던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