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중심의 견조한 수요로 하반기 실적 회복 전망”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해 ‘공격 투자’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주요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침체에도 글로벌 시장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10조9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 합작 2공장, 현대차 인도네시아 합작법인(JV) 등을 일정대로 준비해 안정적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SK온도 올해 설비투자액을 지난해와 비슷한 7조5000억 원 규모로 책정했다. 주로 북미 포드 합작공장과 현대차 합작공장에 투자를 집중한다. 또한 상반기 중 헝가리 3공장과 중국 옌청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가동을 연기한 포드 합작 2공장의 생산 재개 시점도 협의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증설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 예정이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지난해(4조3447억 원)보다 늘어난 약 5조~6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북미 거점 확보에 주력한다. 삼성SDI는 현재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2개의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 중 1공장의 가동 시점을 연내 조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M과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 1조7000억 원을 투입해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울산에서는 1조 원 규모의 배터리·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착공을 시작한 북미 테네시 양극재 공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한다. 예상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3조4000억 원보다 소폭 늘어난 4조~5조 원으로 추산된다.
에코프로비엠도 헝가리와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각각 내년과 2027년이다.
배터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일시적이라는 전망이 자리한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은 18.7% 수준이다. 북미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성장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IRA 정책 수혜에 힘입어 북미 시장이 연간 40~5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시점에 소비자에게 IRA 보조금 혜택이 제공되고 있고, 상반기 중 고객사의 본격적인 신규 라인업이 예정된 만큼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미 전기차 수요에 적극 대응해 2분기부터 점진적 매출 회복 가능하리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리튬·니켈 등 주요 메탈 가격의 폭락이 배터리 업체의 수익성을 끌어내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25년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2022년보다 40% 하락해 2020년대 중반에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제조 원가가 비슷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은 단기적으로 수요가 위축될 수 있지만 내년부터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하며 전기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