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전원 사직을 예고했다. 정부는 정상 근무를 유지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가 역시 집단행동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의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추후 전체 수련 병원을 대상으로 참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5일 23시부터 금일 2시까지 서울역 인근에서 만나 의대 정원 증원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라면서 “전공의 대표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사직서 제출이 시작됐다. 전날 24시까지 원광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7개 병원에서 154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수련병원은 모두 221개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지금도 (전공의들의)사직서가 들어오고 있다”라면서 “몇 명이 제출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각 과 전공의들과 부서별로 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 차이가 있어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당분간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전국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한 바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6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즉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면 의사 면허 취소 조치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규정상 사직서는 한 달 안에만 처리하면 된다”라면서 “기존에도 사직서가 제출되면 숙려기간을 두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회사가 그렇듯, 사직서를 낸다고 즉각 수리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오늘 각 임상과별로 전공의들과 임상 과장이 상의하고, 수련부 측에 입장을 전달할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강행하면 환자들의 입원과 수술 등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병원들은 대전협의 계획대로 20일부터 전공의들이 떠나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화의 여지가 남은 만큼, 대책을 강구하겠단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의)사직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아니다”라며 “외부에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 역시 “현재 병원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20일 이후 대응 방침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과 개원가가 동시에 집단행동에 돌입하면 당분간 환자들의 불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1차 회의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총파업 투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라며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지 않는 한, 의료계의 투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민수 제2차관은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했으며 만일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라면서 “군 병원 등도 보완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