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터널 뚫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이 많은 국토의 특성상 터널 구간이 포함된 도로와 철도 공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터널 굴착 공법은 크게 발파공법(NATM)과 기계굴착(TBM) 방식이 있다. NATM은 폭약을 사용해 바위를 깨면서 굴을 뚫는 방식이다. 비용이 적게 든다. 한국은 NATM 방식으로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700㎞를 시공한 경험을 자랑한다. 단점은 발파 때 진동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것도 기술로 거의 극복했다.
원통 모양의 기계로 굴착하는 TBM은 비용이 더 들긴 해도 굴 뚫는 속도는 NATM을 앞선다. 다만 장비 국산화가 덜 돼 있고 실패 사례도 있어 국내에서 널리 활용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도 떨어진다. 따라서 대심도 터널을 뚫을 때는 NATM 방식을 주로 쓰되 TBM 방식을 보조 공법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널 굴착 비용 역시 얕은 터널을 뚫을 때보다 적게 든다. 지하 깊은 곳의 암반은 토사층보다 단단해 지보(터널이 무너지지 않게 보강하는 장치)를 덜 설치해도 되기 때문이다.
땅 보상비가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 대심도의 가장 큰 매력이다. 토지 보상비 산정 기준으로는 서울시 ‘지하부분 토지 사용 보상기준 조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용지규정’, 한국감정평가협회 ‘토지보상평가지침’ 등이 있다.
서울시 조례는 토지 소유자의 통상적 이용행위가 예상되지 않고, 지하 시설물 설치로 인해 일반적인 토지 이용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깊이를 ‘한계심도’로 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한계심도는 지하 40m로 보상 비율은 땅값의 0.2% 이하다. 이보다 얕은 20m 이내는 0.5~1%, 20~40m는 0.2~0.5%다. 일정 깊이 이하의 지하 공간은 전혀 보상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독일의 경우 10m까지 5%, 25m까지 1% 정도 보상하고 30m 이하는 아예 보상하지 않는다. 보상비가 줄기 때문에 대심도 철도의 건설비는 일반 철도보다 ㎞당 300억원 이상 적은 900억원이면 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건설에는 총 3조4600억원, ㎞당 1360억원이 들어갔다. 역 수가 적어 역사 건설비도 줄일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 1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일반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