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굳히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해외 규제 당국의 제품 인허가 획득을 넘어, ‘직판 체제’를 구축하기에 나섰다. 현지 파트너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을수록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영업·마케팅 역량 강화 작업이 한창이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LG화학 등은 자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향후 제품의 해외 판로까지 강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북미, 남미, 유럽 등 해외 주요 대형 시장에서 자체 영업망을 자랑하고 있다. 합병 이전부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해외 판매를 담당했다.
최근 셀트리온은 노르웨이 정부 국가 입찰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낙찰에 성공했다. 현지 법인이 2026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2019년부터 유럽에서 전 제품을 직판 체제로 공급 중이다. 미국에서는 연중 램시마SC를 ‘짐펜트라’라는 상표로 출시할 예정이며,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와 ‘유플라이마’는 이미 판매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한 우물 파기’ 끝에 성과를 거뒀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부터 현지 판매까지 출시 전 과정을 직접 추진했다.
세노바메이트는 2020년 미국 현지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미국 전체 매출은 270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0.1%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유럽에도 미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LG화학은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직판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바이오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해 항암제 직판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업의 전문 분야는 항암제로, 신약 연구·개발은 물론 제품 상업화 경험도 있어 현지 영업망 구축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해외 진출 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특정 지역에서의 영업·마케팅을 일임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미 공고히 자리잡힌 타사의 영업망을 빌려 낯선 시장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해당 제품에서 발생한 매출의 일정 비율을 파트너사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손에 쥐는 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현지에 자체 영업망을 구축하면 이 같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영업망을 활용해 후속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영업 전략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체 개발 제품을 해외 수출 중인 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는 엄연히 다른 기업이기 때문에 영업 활동을 국내 기업의 의지대로 통제하기는 무리가 있다”라며 “제품과 관련해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대처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