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족' 확산...아동복 시장, 순항
분기 합계출산율 사상 첫 0.6명대로 추락하는 등 인구 소멸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국내 소비시장 지형도도 극심한 변화기를 맞고 있다. 유업계는 저출산 여파로 주 소비층인 영유아 수가 크게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반면, 고가 아동복 시장은 되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진 것으로 사상 처음이다. 4분기 출생아 수도 5만2618명으로 1년 전보다 3905명(6.9%) 줄었다. 작년 12월 출생아는 1만6253명으로 1년 전보다 643명(3.8%) 감소했다.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내 우유와 분유 소비도 매년 줄어드는 상황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0년 우유 소매점 매출은 2조4652억 원에서 지난해 2조1532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분유 소매점 매출은 869억700만 원에서 520억2600만 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성인과 고령층 대상으로 한 단백질유와 가공유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최근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 기능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 추세와 반대로 아동복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2016억 원으로 2년 전보다 31.3% 커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패션 시장이 13.5%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이는 한명의 자녀를 귀하게 키우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아이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 ‘VIB(Vey Important Baby)족’이 늘어나면서다.
백화점 업계는 이런 추세를 반영, 고가 브랜드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등을 중심으로 버버리, 겐조, 펜디, 지방시 등의 명품 키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베이비 디올, 몽클레르 앙팡,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등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을 열고, 6월에 베이비 디올 매장도 선보일 계획이다.
전문가들 역시 저출생으로 인한 소비 지형 변화로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때라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저출생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20년 뒤가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절반이 노인 인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유업계도 생존을 위해서는 발빠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