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당시 재판장 구자광 판사)는 시리아 출신 외국인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1억1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정신적 손해배상액 100만 원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사건은 시리아아랍공화국(시리아) 국적의 외국인 A씨가 국내에 체류하던 201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면허 운전이 적발된 A씨는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그 죄가 인정되지만 기존 전과 유무나 피해 정도, 합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까지는 하지 않는 조처를 의미한다.
A씨는 이듬해인 2015년 7월 다시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했지만, 4년여 뒤인 2019년 10월 또다시 무면허 운전으로 인명사고를 일으켜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같은 해 일반건조물 방화예비 혐의로도 구속돼 대구지법에서 징역 6개월을 명 받았고, 항소심 진행 도중 형기가 종료돼 출소했다.
정부는 2020년 7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A씨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고 보호명령에 따라 A씨를 보호소에 가뒀다.
보호명령이란 여권 소유여부나 항공편 문제 등으로 즉시 국외로 출국시킬 수 없는 외국인을 일정 기간동안 법무부 산하 외국인보호소에 수감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수감 돼 있던 A씨가 2021년 9월 자신에게 부과됐던 보호명령이 무효라며 대구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A씨는 담당 공무원의 '서류 전달 오류'를 문제 삼았다. 자신에게 보호명령 사실을 고지할 때 '강제퇴거집행을 위한 보호명령서'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종류가 다른 '심사결정을 위한 보호명령서'를 잘못 출력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보호명령의 사유와 기간 등을 명시하는 등의 내용이 다른 만큼 두 서류의 효력도 다르다는 취지다.
대구지방법원이 출입국관리법 제53조(보호명령서의 집행,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보호명령서를 집행할 때에는 용의자에게 보호명령서를 내보여야 한다) 위반을 주장하는 A씨의 입장을 받아들여 그에게 부과된 보호명령이 무효라고 판결하자, A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이번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외국인보호소에 부당하게 구금돼 있던 640여 일 간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고 정신적 손해도 발생했으니 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그러나 A씨의 주장을 “이유 없다”며 일축했다. 담당 공무원이 적법한 서류를 제시하지 못해 보호명령이 무효가 됐을 뿐, 우리 정부가 보호명령을 발령한 것 자체는 적법했던 만큼 수감된 동안 A씨가 벌지 못한 수입을 배상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금액 중 극히 일부인 100만 원을 원칙적인 손해배상액으로 인용했다. A씨의 범죄로 인해 보호명령이 발령된 점과 보호명령 집행 당시 A씨가 담당 공무원 설명을 듣지 않고 강제퇴거명령서의 서명을 거부한 점 등 판결문에 적시했고, 소송비용의 95%도 A씨가 부담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