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되지 않는 휴면카드가 1년 새 200만 장 가까이 급증했다. 카드사 간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열된 고객 유치 경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불필요한 비용부담과 금융사고 발생 우려에 따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누적 휴면카드 개수는 1388만 장이다. 전년(1197만7000장) 대비 16% 증가한 규모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현금인출과 하이패스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휴면 상태는 해제되지 않는다.
코로나19와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심리가 위축돼 카드사용이 줄고 이에 따라 휴면카드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휴면카드는 △2018년 649만6000장 △2019년 808만4000장 △2020년 850만5000장 △2021년 965만8000장 △2022년 1197만7000장 등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황 악화로 카드사들이 상품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까지 줄어들어 휴면카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인기도 휴면카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PLCC는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출시한 카드 상품이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저조해질 경우 카드 사용량이 줄어들어 휴면카드로 전락하게 된다.
일각에선 휴면카드 급증이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사용 카드 증가로 분실 등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당국도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휴면카드를 불필요하게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발생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고, 필요 없는 카드를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는 자동으로 해지되는 ‘자동 해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3년부터 업계 표준 약관에 규정을 넣으며 시행됐지만 2019년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자 자동 해지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휴면카드 증가로 인한 매몰비용 등을 고려하면 해당 정책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소비자들의 연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합리적인 소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는 자동으로 해지되는 ‘자동 해지 시스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