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과 달리 ‘당근 없는 채찍’ 방식
신약 개발 비용 높여 제약 공급 불안정 위험
중국에 사업장 둔 미국 기업에 피해 갈 수도
현재 미 의회에서는 자국 기업에 위협이 되는 특정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법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생물보안법’으로 불리는 법안은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의식한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최근 보조금 지급을 개시한 칩스법과는 결이 다르다.
칩스법의 경우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총 530억 달러(약 71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고안됐지만, 생물보안법은 이 같은 인센티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신 법에 저촉되는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정부와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동물 실험과 위탁 제조, 연구 등을 중국 기업에 아웃소싱해 신약 개발 비용을 낮춰온 미국 기업들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제약 공급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크리스 미킨스 애널리스트는 “의회는 점점 더 생명공학을 국가안보 최우선 순위로 보고 있고, 일부는 법안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안 때문에) 군인들이 아파도 약을 구할 수 없다면 미사일과 반도체를 모두 갖고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제약사 찰스리버와 같이 중국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춘 기업들은 자칫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에릭 콜드웰 애널리스트는 “비중국계 연구·개발(R&D) 회사들이 중국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중국 기업의 퇴출 후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 비용 증가 등에 대해서도 아직 의회에선 이렇다 할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WSJ는 “의약품 공급망을 보호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국가 안보 문제”라며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중국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제재 불안 속에 미국과 중국 제약 기업들의 주가 향방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6개월간 미국 메드페이스와 찰스리버는 각각 66.1%, 29.4% 급등했지만, 중국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각각 37.1%, 66.7%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