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성 진통제를 공급하는 한국먼디파마가 몸집을 대폭 줄인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전문의약품(ETC) 사업부 내 세일즈 마케팅을 담당하는 RX부서를 없애고, 판매 업무를 제3의 기업에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개편이 완료되면 국내에서는 유통만 하는 소규모 사업체로 남게된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먼디파마는 4월 말일까지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5월부터 ETC 판매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한국먼디파마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회사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비롯한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ETC사업부’와 의약외품 등을 담당하는 ‘컨슈머사업부’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사라지는 RX부서에는 2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 있는 제3의 기업에게 제품 판매를 맡기고 조직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몇몇 기업을 물망에 놓고 비딩이 오가는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한국먼디파마는 국내 판매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컨슈머사업부 제품 판매를 담당했던 CX부서는 이미 호주·뉴질랜드에 거점을 둔 '아이노바'에 매각을 진행해, 오는 8월 말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노사 간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RX부서에 근무 중인 25명의 직원들은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먼디파마 지부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다른 보직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직원들도 있는데, 주어진 선택지가 희망퇴직 뿐이라면 노동위원회의 도움을 받는 등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 환자들도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국내 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옥시코돈’ 성분의 점유율이 큰데, ‘아이알코돈’, ‘옥시콘틴’, ‘타진’, ‘옥시넘’ 등 대부분이 한국먼디파마가 미국 퍼듀파머사에서 수입한 제품이다.
다만, 해당 제품들은 조직개편 이후에도 국내 공급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한국먼디파마가 들여온 물량을 국내 타 기업이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조직개편과 향후 제품 판매 방식에 대해 회사 측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한국먼디파마측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한국먼디파마의 조직 축소 기조는 미국 본사 퍼듀파마의 파산 이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프로그램(ERP)을 진행한 바 있다.
퍼듀파마는 2019년 자사의 아편계 마약성 진통제를 광고하면서 중독성을 감추고 과다복용을 부추긴 혐의로 미국 대부분의 주정부와 소송에 휘말렸다. 이후 5조 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기로 정하고 파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