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에 힘입어 생산활동이 호전되고 내수부진이 완화되는 등 국내 경기의 하강세가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회복되기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 말과 내년에 미국 경제가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이다."- 폴 볼커 미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
"미국의 경기침체 종식 시점이 이번 여름의 어느 한 시점으로 뒷날 밝혀지더라도 별로 놀랄 일이 못된다. 미국 경제는 오는 9월 이전에 바닥을 칠 것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켓 메이커'들의 개선된 경기 인식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현 경기 상황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한은 총채는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을 첨부하기는 했지만 경기후퇴가 확연하게 완화되고 있다고 언급했고 폴보커 위원장도 미국경제에 대한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그동안 미국경제를 포함 글로벌 경기 회복에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던 대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도 올 여름께 미국의 경기 침체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불과 한두달 전만 하더라도 경기 흐름에 대한 이들의 언급은 주로 부정적이었거나 중립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큰 폭의 시각 변화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기 인식의 전환 배경으로 현재 동시다발적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각국의 경기선행지수 상승 반전을 손꼽았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경기선행지수들은 대부분 뚜렷하게 상승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넉달째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고 선행성을 갖는 확산지수의 모습을 보면 단기적으로 훨씬 가파른 오름세 연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선행지수 상승은 실물지표들로 구성된 동행지수의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고 경기를 확인하는 성격을 갖는 후행지표의 반등 조짐으로 재차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의 선행지표만 뚜렷한 상승반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3월 이후 상승 반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고 영국이나 독일 등 유로존에 위치한 국가들과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들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했거나 바닥권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연출중이다.
이에 정용택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에서 시행된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들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나 금융시장 가격지표들을 움직이는 데까지는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이러한 변화가 이성태 한은 총재를 포함, 국내외 금융시장의 정책 담당자 및 전문가들과 같은 소위 '마켓 메이커'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
물론, 이처럼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 반등 움직임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이나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야기시키고 정책 변화에 대한 논쟁과 우려를 키우는 것은 사실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그러나 마켓 메이커들의 긍정적인 경기 인식 전환은 극심했던 금융불안의 완화와 점진적인 수요 및 투자 심리의 단초를 찾게 해준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유 상무는 "경기선행지수의 반전과 정책 담당자들의 시각 변화가 실제 정책 변화로 연결되기까지 적어도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김유미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지원에 의한 경기반등의 경우 반등의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등 경기 반등의 마찰 요인들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따라서 최근 금융시장 마켓 메이커들의 개선된 경기 인식이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경기회복 기간이나 경기회복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