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표정만으로 수술 후 통증 발생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등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구본욱(교신저자)·박인선(제1저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통증에 대해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표정, 생리적 신호 등을 이용해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을 평가·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유용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통증을 표현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다. 환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적절한 평가와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수술 환자의 최대 71%가 수술 후 통증을 겪는데, 통증의 정도는 매우 주관적이고, 소아나 정신질환자 등 자신의 통증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통증의 유무와 강도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전신마취하에 위 절제 수술을 진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통증이 없는 상태 △수술 후 마취회복실 입실 직후 △환자가 진통제가 필요한 정도의 통증을 표현했을 때 △진통제 투여 후 통증이 경감된 상태에서의 표정을 촬영했다.
이와 함께 통상적으로 통증 모니터링을 위해 사용되는 진통통각지수(ANI)와 활력 징후와 같은 생리적 신호와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강도를 표현하는 숫자통증척도(NRS)를 측정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다양하게 조합해 AI 모델을 구축하고, 수술 후 통증 강도를 예측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표정 데이터만을 학습시킨 AI 모델이 수술 후 발생한 중증 통증을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생리적 신호(진통통각지수, 활력 징후)를 기반으로 한 모델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표정만 학습시킨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AUROC 0.93으로 가장 높았으며, 표정과 활력 징후 데이터를 함께 학습한 모델(AUROC 0.84)이 뒤따랐다. AUROC는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성능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우수함을 의미한다.
구 교수는 “마취회복실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의 통증을 평가하는 AI를 이용한다면, 적절한 통증 관리 치료를 통해 수술 환자의 회복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수술 후 통증 환자뿐 아니라,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의 통증 평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의료진이 일일이 환자의 표정과 생체 신호를 평가하지 않아도 AI를 이용해 많은 환자의 표정 데이터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통증의 유무뿐만 아니라 통증의 강도를 섬세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기술논문색인확장판(SCIE)급 국제 학술지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Anesthesi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