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 '주식매수청구권'…자금 부담 커지면 합병 부담
KKR 보유 RCPS 처리 방안 놓고도 고심 중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돌입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대대적 리밸런싱(재조정)의 첫 단추인 만큼, 순탄하게 합병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 안건을 의결한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 안건을 승인했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되면 11월 1일 자로 합병 법인이 출범한다.
양사 이사회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을 1대 1.1917417로 결정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1대 2의 비율보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높게 쳐준 셈이다. 소액주주의 반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다는 점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회사에 보유한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2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0만43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11만1943원보다 6.8%가량 낮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주가가 5% 낮아질 경우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확률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도 관건이다. 6.2%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자금 부담이 커진다.
실제로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 1조3600억 원의 자금을 준비했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6299억 원에 달하면서 합병이 불발됐다.
또 다른 관문은 SK E&S의 재무적투자자(FI)인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KKR은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RCPS를 통해 SK E&S에 총 3조1350억 원을 투자했다. 합병이 완료되기 전까지 RCPS를 처리하지 못하면 합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SK E&S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KKR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는 지난달 31일 RCPS의 현물 상환 대상 자산인 도시가스 자회사 7곳을 관리하는 신설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현금 상환 시 보장수익률을 9.9%로 일괄 상향 조정했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CFO)은 1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장수익률 상향은 현금 상환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은 아니며, 만기 시점에 현금 상환을 결정하지 않는 한 보장수익률 상향이 SK E&S나 SK이노베이션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