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등 자금 마련 '희망회로'…깨진 신뢰 봉합도 '글쎄'
법원이 티몬ㆍ위메프(티메프)에 대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면서 최대 3개월 여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위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미 기업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ㆍ인수·합병(M&A) 중심의 자구안이 얼마나 현실성 있을지 의문인 데다 만약 기적적으로 플랫폼이 회생하더라도 시장 내 신뢰가 급락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다시 찾기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5일 티몬과 위메프는 채권자 피해구제를 위한 별도 자구안을 마련 중이라고 각각 밝혔다. 2일 법원에서 열린 회생 심문기일에 출석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모기업 큐텐이 제시한 해결책과 별개로 독립적 M&A나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메프가 법원에 보고한 미정산 규모는 1조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회생절차 개시를 일단 유예하고 최대 3개월 동안 채권자와 변제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채권자 집단의 규모가 크고 구성도 다양해 협의가 쉽지 않은 데다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는 등 난관이 산적해 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에서 기업이 신청한 회생절차 개시를 일단 유예하고, 채권자와 변제 방안을 자유롭게 협의하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다. 티메프는 법원 결정에 따라 주요 채권자와 함께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자금 조달 방식을 비롯한 자율 구조조정 계획을 내달 2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13일에는 우선 정부·유관기관과 채권자 보호 방안 논의를 위한 ‘회생절차협의회’가 개최된다.
일단 티메프는 판매자와 소비자 등 돈이 물려 있는 채권자가 최소 10만여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의견을 수렴해 합의에 이르기 까다롭다. 협의회에는 입점 업체 뿐 아니라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까지 포함해야 해 협상 테이블을 꾸리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이를 감내하고 투자에 나서려는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수 개월간 정산을 받지 못한 티메프 입점업체들이 막대한 손실을 본 채 대부분 빠져나간 상태이고 아직 환불을 받지못한 일반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PG사들도 거래를 중단해 카드 결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이 극적으로 정상화되더라도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 1조 원에 달하는 판매대금에 대한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