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트코인 가격 8000만 원 선이 깨지며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고용 쇼크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미 대선 전망 변화, 중동 정세 악화 등이 가상자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며 5일 10% 넘게 급락했다.
이날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약 한 달 만에 다시 8000만 원 선이 붕괴했다. 이날 오후 3시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약 8% 하락한 7510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국내 전문가는 이번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거시 경제 변수로 인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을 꼽았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이 다양한 요인들로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하락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 역시 “최근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7월 미국 고용지표 △일본은행(BOJ) 금리 인상 △중동 전쟁 확장 가능성 거시경제 이슈를 지목했다.
또한 김 리서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당선 확률 상승, 파산한 가상자산 기업의 오버행 이슈 등이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투자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일자리 보고서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업률(4.3%)과 시장예상치(17만6000명)를 하회하는 고용 수치(11만4000명)를 나타내며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했다. 이로 인해 2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2.43%로 장을 마쳤고, 이날 코스피 지수와 일본 닛케이 지수 등을 포함한 아시아 지수 대부분이 급락하며 자본시장 전반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 대선 변수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 기준 이날 오후 2시께 도널드 트럼프, 카밀라 해리스 후보의 당선확률은 53% 대 43%로 약 2주 전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70%를 넘으며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되던 분위기가 변했다. 트럼프가 ‘친 가상자산’ 후보로 평가받고 있고, 업계가 트럼프의 당선이 업계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그의 당선 확률 하락이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까지 이어진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발 채권 상환에 더해 지난해 FTX 파산 여파로 함께 파산한 제네시스 글로벌 역시 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만6600개, 이더리움 16만6300개 등을 상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 내 오버행 이슈도 심화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정 또는 하락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향후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추가적인 지표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혁 리서처는 “8월 14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장경필 센터장 역시 “8월 중순에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와 생산자 물가지수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여러 지수를 통해 미국의 경제 침체 진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센터장은 “해당 지표에 따라 실제 경기 침체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조정 기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경기 침체 시기를 생각했을 때, 길게는 수개월에서 1~2년의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과도한 우려로 일단락된다면 다시금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