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先 공수처 수사, 後 특검’ 분위기
박찬대 “23일까지 빨리 내주길...파이팅!”
채 상병이 순직한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더 지났지만, 특검법 시계는 멈춰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방식을 약속하면서 채상병 특검법 통과 가능성이 부상했지만, 여야 수싸움에 도리어 ‘제3자 추천’ 틀에 갇혀버린 신세가 됐다는 평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민주당은 위헌적 특검법안이 저지되자마자 더욱 위헌성이 강해진 특검법안을 제출했다”며 “그러면서도 오늘은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특검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일관되게 대법원장이 선정하고 무소불위적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제대로 된 특검안을 내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따른 응답이다.
하지만 한 대표가 특검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시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원부터 ‘선(先) 공수처 수사, 후(後) 특검’ 방침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로 돌아서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온 뒤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고,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9일 “수사 진행 중에 특검법을 추진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14일 S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특검법을 발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난색에 발의조차 쉽지 않다는 기류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16일 JTBC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누군가 발의하기 힘들다”며 “보수 진영 정서상 진짜 발의가 되는 순간 전당대회 때 나왔던 배신자 프레임이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8일 KBS 라디오에서 “법안 발의는 지금 우리 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직무대행은 16일 한 대표의 발언에 “환영한다”며 “이 발언을 한 지가 오래됐기 때문에 결단만 하면 바로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이 16일이니 23일 정도면 관련 법안이 나올 수 있을까”라며 마감 기한까지 설정했다. 이어 “법안을 내가 주면 법사위에 같이 상정해서 통합 심의하고 국민이 바라는 대로 협의를 이끌면 될 것 같다”며 “한동훈 대표님 파이팅! 빨리 내주십시오”라고 했다. 다만 한 대표가 특검법을 내놓지 않을 시 민주당이 ‘제3자 추천의’ 특검법을 발의할지에 대해선 “한 대표가 그 정도의 강단과 의지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제보 공작’ 의혹을 꺼내 들며 입장을 선회할 구실을 만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관련 단체대화방 내용 등을 제보한 김규현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돼 있다며 제기한 ‘야당발 제보 공작’ 의혹이다. 이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전형적인 물타기용 메신저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명 특검법 발의를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섞이는 형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