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소 이후 총 185억 원 적자…운영성과도 미미
이사장‧중앙보훈병원장 모두 공석…“임명 시 대책 검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에게 최상의 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보훈의학연구소가 개소 6년이 됐지만, 매년 쌓이는 적자에 연구성과와 활용도마저 떨어져 운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 감사실은 최근 보훈의학연구소에 대한 종합감사를 시행해 “운영을 전면 재검토하고, 혁신 전략을 수립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보훈공단은 코로나 여파 등 운영난으로 지난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올해 감사계획에 소속기구 중 사업이 부진했던 보훈의학연구소의 특정감사 계획을 세우고, 이사회와 감사원 보고를 거쳐 감사에 돌입했다.
보훈공단 산하 중앙보훈병원의 보훈의학연구소는 247억 원의 정부 재원이 투입돼 2018년 8월 문을 열었다.
설립 당시에는 우선 바이오뱅크를 중심으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한 뒤, 고엽제질병‧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보훈환자 관련 질병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등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감사 결과 2019년 38억 원, 2020년 34억 원, 2021년 33억 원 등 개소 후 6년간 누적적자만 약 185억 원에 달했다. 감사실은 연평균 30억 원대 적자 운영이 굳어지는데, 가시적인 운영 성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체유래물(혈장‧혈청‧DNA 등) 수집실적이 부족하고, 연구 활용도가 현저히 낮다고 꼬집었다.
실제 바이오뱅크의 자원수집 현황을 보면 2021년 1만6894개에서 2022년 6313개, 지난해 6063개, 올해 7월까지 1557개로 집계됐다. 인체유래물 기증자도 개소 후 2020년까지 5477명이었다가 2021년 1955명, 2022년 792명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인력 운영도 문제 삼았다. 연구전담 체계로 운영되고 있으나 보훈특화 연구 성과가 부진하고 진료 연계성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연구지원 인력에 대해서는 투입된 사람 대비 업무량과 활용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훈공단 감사실은 본사에 보훈의학연구소 운영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운영 혁신 전략을 수립도록 통보했다.
연구소를 운영하는 중앙보훈병원장에게는 바이오뱅크 기능 축소, 인력 재배치, 내부 연구과제 업무의 지속 운영 재검토 등을 권고했다. 수요가 적어 잘 쓰지 않는 연구장비는 재배치 및 타 기관 대여 등을 지시했다.
현재 보훈공단 이사장과 중앙보훈병원장 모두 공백 상태다. 앞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아주 미흡) 등급’을 받아 지난해 7월 감신 이사장이 물러났고, 유근영 병원장도 올해 1월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사표를 냈다.
감사실이 지적한 사항에 대해 당장 개선책을 마련할 의사결정권자가 없는 셈이다.
보훈공단 관계자는 “운영에 대한 전면 재검토는 인력 조정, 직제 개편 등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현재 모두 공석으로 판단이 어려운 만큼, 향후 이사장과 병원장 임명 시 본사와 중앙보훈병원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