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헌재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4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결정이다.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기후 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다만 정부가 2030년을 기준으로 설정한 감축 목표치 자체가 충분치 않아 청소년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2020년 3월 정부가 2030년을 기준으로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량 목표치가 충분치 않아 미래 세대의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유럽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나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으로도 불리며 주목받았다.
헌재는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었고, 1차 변론에 참석한 청구인 측은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 따라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합의했지만 한국은 현재까지 제출된 모든 목표를 통해 감축한다고 해도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측인 피청구인 변호인단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구체적, 직접적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맞섰다.
이날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되는 해당 법 조항을 보다 강화된 내용으로 개정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