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된 ‘MZ 희화화’ [데스크 시각]

입력 2024-09-03 15:00 수정 2024-09-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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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사이에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꼰대의 대표주자지만, 이를 내색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필자에게 갑갑했던 숨통을 틔워주는 내용이었다.

마침 응원하는 팀의 프로야구 중계가 없는 틈을 탄, 습관적 리모컨 신공에 얻어걸린 채널이 SBS ‘런닝맨’이었다.

내용은 8월 생일자 유재석, 송지효, 하하의 생일파티에 MZ 후배들을 손님으로 초대한 상황극이었다.

상황은 생일파티를 위한 빵 심부름으로 이어졌다. MZ 후배들은 신나게 빵을 이것저것 담고 커피까지 주문했다. 특히 선배들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통일했지만, 본인들 음료는 취향을 가득 담아 주문했다.

그 결과, 빵값만 무려 19만8800원이 나왔다. 이에 유재석은 “빵집에서 20만 원은 너무 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지만, MZ 후배는 “집에 싸가려고 한다. 저희가 무지출 챌린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월급이 적다보니까”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너희는 무지출이지만, 다른 사람은 유지출 아니냐. 눈탱이 아니냐”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대화와 상황극이 이어졌다. 대부분 MZ세대의 특성을 웃음 소재로 삼은 내용이었다.

하루 전 만난 국내 대기업 임원과의 대화도 이 상황극과 이어진다. 그는 MZ 중심의 기업문화가 곧 곪아 터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MZ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조직 내에서 더 크게 발현되면서 문제가 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십분 공감했다.

한동안 우리 사회와 기업은 MZ에 열광했다.

새로운 소비 주체로서,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사회와 기업의 주축으로 생각했던 기대감이다.

실제 그동안 보였던 MZ의 특징은 이전 세대와 분명 달랐다.

이들 세대는 금전적 보상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개인의 발전 가능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짙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릴 만큼 기술과 혁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빠른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 사고에도 뛰어나다. 동시에 기후 위기 해결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 인권 증진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도 점수를 더한다.

우리 사회와 기업들은 이런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열광했다.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했고,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이에 맞춰 기업들도 MZ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기존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고, 실제 많이 변화됐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MZ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단점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중히 여기는 성향은 이기적으로 비치고, 빠른 변화는 그들 스스로조차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소외와 단절을 가져왔다. 가끔 심각한 ‘MZ 꼰대’도 보인다.

더불어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이전과는 다른 완벽을 요구하며, 눈높이를 한껏 올려놓았다. 마치 스스로는 미진했던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지난 주말 ‘런닝맨’에서 보여준 희화된 MZ는 이런 변화가 읽힌다.

MZ도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요즘 세대’다. 단지,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능성을 보였을 뿐이다. 가능성은 실패를 반쯤 품고 있다. 그래서 MZ의 희화화가 안타깝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다.

MZ도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전 꼰대들이 지금 꼰대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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