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거래가 신고 문제를 두고 공인중개소와 갈등을 겪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있다. 과거 부동산 활황기 성황했던 이른바 '부동산 가두리' 중개로 시세 정보가 차단되면서 입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는 시장 내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기도와 서울 외곽 단지를 중심으로 이러한 마찰이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성남시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30여 곳에 매매가 체결된 해당 월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등록을 완료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송부했다. 아울러 허위매물 자진 삭제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불법 행위도 금지해달라고 주문했다. A 단지는 2020년 7월 입주를 시작한 신축으로, 성남시에서 단일 단지 규모로는 최대인 총 4089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토지나 주택 등을 매매한 경우에는 '부동산 실거래 가격 신고의무제도'에 따라 거래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실제 거래가격으로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기한을 넘기거나 미신고 시에는 일정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공인중개소가 이를 악용한 이른바 가두리 영업을 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입대의 측의 주장이다.
부동산 가두리는 공인중개사가 모인 단체방 등에서 상한금액을 정해 주민들이 그 이상 가격으로 매도를 원하면 거래가 어렵도록 하거나,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보다 싼값에 허위 매물을 내놓는 등 의 영업 행위를 통칭한다. 또 시세 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된 거래는 신고를 최대한 늦춰 호가가 특정 가격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업 방식이 마치 물고기를 가두어 양식하는 방식과 비슷해 붙은 명칭이다.
입대의 관계자는 "최근 B 평형이 11억7000만 원에 실거래가 체결됐는데, 신고가 늦다보니 같은 평형을 10억5000만 원 등 낮은 가격에 파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며 "신고를 즉시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높은 금액에 체결된 거래만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등록하는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 중개소 불매 및 시위도 고려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갈등은 최근 서울 외곽과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중개소의 가두리 영업으로 정확한 시세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가격에 매도를 하고 싶은 집주인과 낮은 가격에 거래를 유도해 거래량을 늘리려는 중개소의 입장이 상충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양극화 심화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상황이다보니 시세 상승이 더딘 곳을 중심으로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단 설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매물이 귀하고, 집값이 오르는 추세다 보니 거래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기 어려운 대단지를 중심으로 이런 일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똘똘한 한채만 찾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서울 상급지들만 전고점을 회복하다보니 오른 호가가 빠르게 반영되지 않는 수도권 단지 매도인들의 초조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서 국토부가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 기한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한 만큼 중개소가 고의로 시세 조종을 유도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김 소장은 "국토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고기한을 단축한 상황에서 중개사가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유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래량을 늘려 중개수수료를 더 챙기기 위한 담합이 있다고 해도 기한내 신고했다면 불법이 아니어서 향후 이러한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