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심사 전담팀도 신설 예정
금융당국 압박에 유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던 우리은행이 입장을 선회했다. 예비부부 등 실수요자의 경우 유주택자에게도 대출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라는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가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담대·전세대출 취급 시 예외 요건을 안내했다. 우선 결혼예정자가 수도권에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 청첩장이나 예식장 계약서 등을 제출하면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
또 대출신청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을 받는 경우 상속결정문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주담대·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만 가능한 추가 예외도 허용했는데 △수도권 지역의 직장으로 취업·이직·발령으로 직장이 변경된 경우 △교육을 위해 자녀가 수도권 지역 학교로 진학·전학 경우 △질병 치료 목적으로 본인 또는 가족이 1년 이상 치료나 요양을 위해 수도권 소재 병원 통원이 필요한 경우 △60세 이상의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 △이혼 소송 중인 경우 △분양권 또는 입주권 보유자(분양권 또는 입주권 보유자는 주택 소유자로 간주)이면서 그 외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경우 △행정기관 수용 등 부득이한 경우로 분양권을 취득한 경우 등이다.
우리은행은 이들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실수요자 사례를 관리하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도 신설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실수요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 때문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 강화’ 기조 아래 은행권을 압박했고, 은행권은 금융감독의 지도에 따라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 문제는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가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졌고, 금융당국은 실수요자를 보호하라며 또 다시 은행권을 압박했다.
우리은행이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들고 나오면서 다른 은행들 역시 비슷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에 대해 규제 강화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 대출에 대해 규제 강화를 외치면서 실수요자 보호도 함께 강조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균형있게 가져가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면서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