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책이 성공하려면 [노트북 너머]

입력 2024-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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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정책의 내용과 메시지가 명료하고 일관적이어야 하며, 정책의 ‘디테일’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관료조직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연금·교육·의료개혁과 저출산 극복이 속도를 못 내는 건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명확하지 않다.

근로시간 유연화로 출발한 노동개혁은 임금체불 근절과 노동조합 민주화만 남았다. 법령에 근거를 둔 감독권을 활용하는 게 정책의 전부라면 이건 적극행정이지 개혁이 아니다. 또 노동조합 민주화는 애초 노동개혁 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돌연 노동개혁의 핵심이 됐다.

연금개혁안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기초연금 인상이 함께 담겼다.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국가재정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이다.

교육개혁은 정체가 불분명하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많은데, 공통의 지향점이 없다. 의료개혁은 의사를 늘린다는 방향보단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근거가 주된 논쟁거리다. 저출산 극복은 ‘저출산’ 용어만 ‘저출생’으로 바뀌었다. 목표는 ‘임기 내 합계출산율 반등’이다. ‘내일 해가 뜨게 하겠다’는 말과 같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미래’이지 ‘목표’가 아니다.

일부 개혁정책은 일관성도 없다. 노동개혁의 출발인 근로시간 유연화는 이제 언급도 안 된다. 의료개혁은 계속 말이 바뀌었다. 2000명 증원은 1509명 증원이 됐고, 이제는 2026년도 정원도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한다. 병원 무단이탈자에 대한 ‘기계적 법 집행’은 없던 일이 됐다.

관료조직은 소극적이다. 이는 재량권 부재에 기인한다. 모든 정책을 디테일까지 대통령실에서 설계하고, 생색낼 정책만 골라 대통령실에서 브리핑하는 구조에서 관료들의 역할은 뒷수습 정도다. 괜히 나섰다가 일이 틀어지면 책임만 뒤집어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관료조직의 역량도 떨어진다. 이미 젊고 유능한 관료들에게 ‘공직 탈출은 지능 순’은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정책의 명료성·일관성, 관료조직의 적극성은 정부 신뢰의 필수조건이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부도 신뢰받기 어렵다. 신뢰받는 정부는 뭘 해도 박수받지만,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월 해도 의심받는다. 이미 정부 신뢰는 바닥이다. 연금개혁과 의료개혁, 저출산 극복은 모든 정권에서 필요성이 인정됐던 개혁과제고, 이 중 의료개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 10명 중 9명의 지지를 받던 개혁정책이다. 이걸 추진하겠다는데도 욕을 먹는다.

정부 개혁정책이 성공하려면 신뢰 확보가 우선이다. 정책과 메시지를 명료하고 일관적으로 제시하고, 관료조직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부처에 충분한 재량과 유인을 줘야 한다. 회의와 행사, 브리핑을 통해 메시지의 ‘양’만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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