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금리 되레 높아져…9월 가계대출 금리 두달 연속↑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강화하면서 전 금융권이 막판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압박을 위한 만반의 조치에 나선 가운데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 등 2금융도 가계대출 축소에 전념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취급 제한 연장을 결정했다.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해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이달 9월부터 가계여신 실수요자 자금지원 강화를 위해 운영 중인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신규 분양아파트 등 소유권이 바뀌는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상품으로 현재 주요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특히 시장에서는 다음달 1만2000세대에 달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입주를 앞두고 국민은행이 제한 조치를 풀것으로 기대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이 전세자금 대출 제한 연장을 결정한 것은 계대출 증가세가 완연하게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규제 완화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최대 만기를 일시적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최대 만기는 40년에서 30년으로 한시 축소된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들 모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갖은 대책을 짜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연말까지 인터넷,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12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신용대출 9종 상품의 차주별 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금리를 1.0~1.9%포인트(p) 축소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지난달 25일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0.05~0.1%p, 전세대출 금리를 0.15%p 인상했다.
이런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가계대출 금리가 두 달 연속 ‘역상승’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9월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23%로 전월(4.08%)보다 0.15%p 높아졌다. 8월(0.02%p)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다. 이 가운데 주담대는 3.51%에서 3.74%로 0.23%p 올랐다. 이는 2022년 9월(+0.44%p)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신용대출(5.87%)도 0.22%p 오르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노력은 은행권 만의 일은 아니었다. 지난달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늘은 2금융권도 발등의 불이 떨어지면서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신협중앙회가 다음달 6일부터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가 타 기관에서 받은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대환대출을 할 수 없게 된다.
신협 관계자는 “가계대출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방지하려는 조치”라면서 “연중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으나,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억제 방침에 따라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협은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조합별 가계대출 추이를 상시 점검하는 등 급격한 증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