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20일 ‘정비사업 활성화 가로막고 있는 이주비 대출 규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내년부터 신규 주택 준공 물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최근 일부 선호 지역에서의 주택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물량 증대를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역 간 초 양극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소수 선호지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사업성 부족으로 인한 사업 지연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정비사업은 기성 시가지에서 진행되기에 착공 가능한 토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종전 거주민 등을 공사 동안 이주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에 이주비 대출은 실질적으로 사업비 대출의 성격을 띤다.
이주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조합과 조합원들의 금융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신속한 이주를 위해선 원활한 이주비 대출 공급이 중요하나, 현재 이주비 대출은 가계부채(부동산 담보대출)로 분류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규제에 나서면 조달 금리도 크게 뛰기 때문이다.
7월부터 가계대출 조이기가 시작됐으나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3.8% 수준의 비교적 낮은 이자에서 이주비 대출이 실행돼 정비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지난달 중순 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관련 개입 강도가 크게 높아지자 이주비 대출 금리도 급등했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지 않았던 5월 대비 10월 말 이주비 대출 금리는 0.78% 올랐다. 같은 기간 시중 금리는 0.18%(COFIX, 잔액 기준) 하락했음을 고려하면 대출 규제로 인한 금리 상승 폭은 약 1.0%(0.98%)로 추정된다.
예컨대 이주비 대출을 6억 원(종전자산 10억 원)을 5년(이주 1년, 공사 4년) 동안 받는 조합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대출금리가 1%씩 오를 때마다 매년 이자로 3000만 원씩 더 내야 한다.
건산연은 이주비 대출을 일반적인 가계대출과 다른 기준으로 분류해 별도의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수요억제 중심의 주택정책만으로는 주택가격을 내리거나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이주비 대출 관리 체계 개선은 대다수 지역의 정비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해 주택 공급 확대와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