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매출 증가율 6년내 최저 관측
가파른 인플레에 소비심리 둔화 가시화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마트·아마존·홈디포·타깃·메이시스 등 미국 주요 소매업체들은 29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미 몇 주 전부터 대규모 할인 행사를 개시했다.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다음 주 월요일)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미국 소매업체들의 일년 성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미국 1위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11일부터 ‘블랙프라이데이 딜(Deal)’ 첫 번째 이벤트를 2주간 시행했다. 이어 25일부터는 TV·아이폰·장난감·청바지 등의 품목을 할인가로 제공하는 두 번째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21일부터 ‘블랙 프라이데이 위크’ 이벤트를 개시했다. 미국 최대 건자재 소매업체 홈디포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7일부터 시작해 내달 4일까지 진행한다.
이렇게 평소와 달리 연말 할인 행사를 더 이른 시기에 시작해 더 오랫동안 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미소매업연맹(NRF)은 미국의 올해 11~12월 소매판매 매출이 1조 달러(약 1400조 원)에 육박하고 고객 1인당 지출은 902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소매 매장 매출 증가율은 약 2.5~3.5%로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찍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데이터 분석업체 써카나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미국 소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연말 쇼핑 시즌 판매량 증가 속도가 완만하다”면서 “이에 업계가 고객 유치를 위해 할인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를 견실하게 이끌어온 소비자 지출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진행된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미시간대학은 지난주 11월 소비자심리지수를 발표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지난 몇 년간의 역사적 고점에서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 압력으로 여전히 매우 좌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고율의 관세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소비심리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잭 클라인헨즈 NR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재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여전히 지출 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더 신중하게 소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