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선 신규 상장, 상장 유지 요건 등을 우선적으로 개선해 시장의 신뢰를 높인 일본 증시 재편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4일 법무법인 광장 김수연 박사에게 의뢰한 ‘일본 증시 재편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3년 1월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를 합병해 일본거래소그룹(JPX)을 출범시키는 증시 개편을 단행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제1부ㆍ제2부ㆍ마더스 시장과 오사카증권거래소의 스탠다드ㆍ그로스 시장이 도쿄증권거래소로 편입됐다.
보고서는 1차 개편이 기업의 특성ㆍ실태를 고려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통합해 혼란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최상위 시장’인 제1부 시장에 시가총액 1조 엔(약 9조3000억 원)과 10억 엔(약 93억2000만 원) 기업이 섞여 있는 등 시장 구분이 무색했고, 상장 장벽이 낮아 적합하지 않은 회사들이 다수 유입됐다는 것이다.
2022년 4월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 △스탠다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개편하고, 시가총액과 유동 주식 비율 등을 고려한 시장별 상장ㆍ유지 기준을 마련했다.
이듬해 1월에는 상장 유지 요건 미달 기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상장 유지를 허용했던 조치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3월까지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회사 주식을 감리 종목으로 지정한 뒤 6개월 내 상장을 폐지한다.
해당 조치가 적용되는 기업은 3월 기준 프라임 시장 71개사, 스탠다드 시장 154개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상장 폐지를 면하기 위해 실적 개선 노력 등을 기울여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보고서는 2차 개편 이후 21개월간(2022년 7월~2024년 4월) 프라임ㆍ스탠다드 시장의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프라임 시장 시총 중앙값은 573억 엔(약 5340억1000만 원)에서 960억 엔(약 8946억8000만 원)으로, 스탠다드 시장은 62억 엔(약 577억8000만 원)에서 82억 엔(약 764억2000만 원)으로 각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프라임 시장의 상장 기업 수는 186개 감소했다. 특히 시가총액 1000억 엔(약 9316억6000만 원) 미만임에도 프라임 시장에 상장됐던 311개 기업은 상장 폐지됐거나 스탠다드ㆍ그로스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보고서는 프라임 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된 기업들이 스탠다드ㆍ그로스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시장별 질적 성장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일본 증시를 선도하는 프라임 시장이 양질의 기업 위주로 개편되면서 전체 시가총액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신규 상장ㆍ상장 유지 요건을 개선해 시장의 신뢰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이후 우리나라 밸류업 공시와 비슷한 자본비용ㆍ주가를 의식한 자율적 경영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김수연 박사는 “시장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밸류업 공시, 지수개발 등 정책을 추진하는 우리의 접근 방법과 차이 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라며 “국내 증시 활성화의 핵심은 ‘시장의 질적 성장’에 있고, 국내 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상장폐지 요건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