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열악…한국표준산업 분류에 코드도 없어
국내 CRO 산업 키우려면 임상 협업 방안 마련해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임상을 진행하는 산업이다. 임상시험 진행 설계‧컨설팅‧데이터 관리‧허가 업무 등을 한다.
신약 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CRO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외 CRO가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 지원도 열악해 국내 CRO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6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재 임상 CRO 64곳 중 국내기업이 46곳, 해외기업이 18곳으로 나타났다. 기업 수는 국내가 해외 2배 이상 많지만, 매출은 적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매출 합계는 3391억 원, 해외기업은 3512억 원이다.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7%, 7.4%다. 평균 매출액은 국내 82억 원, 해외 250억 원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9.6%, 17.4%다.
해외기업이 국내보다 매출이 큰 이유는 주로 대형 임상을 하고, 인력도 풍부해서다. 국내는 임상 전체가 아닌 일부만 담당해 분석하는 때도 있지만, 해외 CRO는 인력도 수백 명에 달하고 임상도 대규모 위주로 수주하며,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 선호해 매출이 높다.
기업간 장‧단점도 명확하다. 국내 CRO는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에 익숙하고 잘 이해하고 있어 임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의사결정도 신속하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다만 글로벌 임상 경험과 인력이 부족하고 해외 네트워크에 제한이 있다.
반면 해외 CRO는 풍부한 글로벌 임상 경험과 네트워크가 좋고 기술력과 인프라가 좋다. 하지만 언어‧문화 차이은 물론 시차로 인해 실시간 소통과 협업이 어렵고, 국내 네트워크와 규제 이해도가 부족하다. 또 가격이 비싸다.
CRO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CRO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이전에는 해외 CRO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국내 CRO 기업의 기술도 발전해 기업의 상황에 따라 CRO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약사뿐 아니라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의료기기, 정부 기관이 임상을 위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CRO 산업은 제자리다. 독립적인 산업분류 코드도 없어 CRO 기업과 종사자 수 등 현황 파악이 어려울 정도다.
관련 정부 지원 예산도 줄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중 CRO 지원 예산이 포함된 국가임상지원센터 운영 예산은 29억200만 원으로, 지난해 67억6200만 원보다 57% 감소해 CRO 인증제도와 인턴십 지원이 폐지되고, CRO 자격 제도 관련 사업도 축소됐다.
이에 국회에서는 CRO 산업 지원을 법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최수진 의원은 CRO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 등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우수기관 인증과 국제협력 활동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CRO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약개발을 위한 지원은 하지만 CRO는 (지원이)전무하다. 경험이 자산이자 경쟁력인 CRO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 사업이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임상 업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강제로 할 수 없기에 이를 위한 유인책과 지원책이 필요하다. 국내 CRO와 협업이 늘면 경험은 쌓이고 수주도 늘어나 산업 발전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