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 "저출생 투자, 충분하지도 현명하지도 않았다" [이슈&인물]

입력 2024-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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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문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부족했어…단기적으로 예산 효율화,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문제 대응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은 과거 추진된 저출산 대응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데 대해 “돈을 충분히 쓰지도 못했고, 그 돈을 현명하게 쓰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작년에 쓴 저출생 예산이 47조 원인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저출생에 직접적으로 쓰인 예산을 분석해 보니 그 절반밖에 안 된다. 그것도 대부분 양육 부분에 집중됐고, 국민이 가장 효과가 있다고 보는 일·가정 양립 지원 부분은 저출생 예산의 8.7%, 2조 원밖에 안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저출생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양’보다 ‘질’…효과 확실한 부분에 집중

저고위가 현재 추진하는 정책들은 정책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기 과제는 저출생 문제와 직접적 관련성이 떨어지는 지출을 정리하고 체감효과가 큰 일·가정 양립 지원 분야 지출을 확대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혼인·출산·양육의 기회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인구집중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한 정책을 마련한다. 여기에는 과거 정책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단기 과제로는 먼저 일·가정 양립 지원 분야에서 기업 지원을 대폭 늘렸다. 과거 일·가정 양립 지원 분야 지출은 육아휴직 대상·급여 확대에 집중됐는데, 이것이 기업 부담을 늘려 여성 채용을 가로막는 ‘모성 페널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단기 육아휴직급여를 도입하고,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월 최대 250만 원으로 인상했다. 이와 함께 대체인력 지원대상·금액을 확대하고, 유연근무 장려금은 월 10만~40만 원에서 20만~60만 원으로 인상했다. 가족 친화 인증 또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해선 내년부터 정기세무조사를 2년간 유예하고, 추가 인센티브로 신용보증기금 보증료 할인도 지원한다.

주 부위원장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이 나서줘야 하는 부분은 눈치를 주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있다”며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금을 추기로 한 것이고, 동료가 업무를 분담할 때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존 양육 지원, 주거 지원 분야도 정책수요와 효과를 고려해 일부 정책을 보완했다. 주거 지원 분야는 ‘결혼 페널티’로 불렸던 신혼부부 청약·대출 제한을 청약·대출 혜택으로 바꿨다. 주 부위원장은 “주거 지원 분야에서 기존과 가장 다른 점은 출산하는 가정에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며 “임대주택 거주 가구에서 자녀가 늘면 더 넓은 집으로 이동하도록 지원하고, 자녀를 낳을 때마다 특별공급 기회를 더 준다. 큰 유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저고위는 가족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방송계와도 협업하고 있다.

◇본질은 수도권 인구집중…“정책 준비 중”

저고위의 중장기적 과제는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다. 주 부위원장은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런 일자리에 취업하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또 좋은 학교를 나오려니 사교육을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오르니 집값도 올랐다. 결과적으로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청년들이 굉장히 압력을 많이 느낀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상위 10개 대학이 모두 수도권에 있다”며 “상위 30개 그룹을 보면 한국은 27개가 수도권에 있다. 비수도권에 있는 3개도 공기업이거나 공기업에서 전환된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은 10대 대학 중 수도권 대학은 4개뿐이고, 30대 그룹은 비수도권에 5개뿐이지만, 여기에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와 파나소닉, 이토추 같은 기업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관련해서는 지방지대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인구구조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이제 같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이 마지막 기회…확실한 계기 만들 것”

정부 목표는 임기 내 저출생 반전 계기를 마련하고, 2030년 합계출산율 1명대를 회복하는 것이다. 저출산 대응정책은 집행 후 미혼남녀 매칭과 혼인, 임신·출산까지 일정한 기간이 소요돼 2~5년이 지나야 지표상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2030년 합계출산율 1명대 목표는 향후 1~2년간 지표상 합계출산율 반등이 아닌 ‘확실한 추세 반전’을 만들겠단 각오다. 통계청은 ‘장례인구추계’에서 합계출산율 1명대 회복 시기(중위)를 2036년(1.02명)으로 전망했는데, 2030년 1명대를 조기 달성하고 추세를 이어가면 2036년에는 초저출산(1.3명 미만) 탈피도 가능하다.

주 부위원장은 “연령대별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34세 여성 인구가 정점에 이르는 2030년 초반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확실한 반전 계기를 만들어 합계출산율 증가를 추세로 만든다면 이것으로 가임여성 감소에 따른 출생아 감소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가임여성 감소로 출생아 수가 급감하게 된다.

주 부위원장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과 기회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될 것이고, 그 결과로 결혼도 늘고 신생아도 늘어날 것”이라며 “그런 목적으로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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