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HBM 납품하는 국내 기업은?
큰 타격 없지만…향후 조치 예의주시
중국 정부가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인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해석했다.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이어지며 영향권에 계속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총국)이 전날 엔비디아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 반독점법 등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총국은 엔비디아가 이스라엘 반도체 설계회사인 멜라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미국의 새로운 규제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고 본다. 수년 전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이어온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그 규제 대상에 고대역폭메모리(HBM)도 포함한다는 추가 내용을 발표했다. HBM은 AI 기술 개발에 필수로 꼽힌다.
그러자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와 첨단산업 핵심 원료로 쓰이는 중국산 갈륨과 게르마늄 등을 미국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총국의 엔비디아 조사 역시 비슷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중국은 5월에도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에 맞서며 자국 기업들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이 엔비디아를 압박하며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은 대부분 SK하이닉스가 납품 중이다.
다행히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첨단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이미 막혀 있었다”며 “엔비디아는 레거시(구형)에 가까운 AI 가속기를 개발해서 중국에 판매하려 했으나, 최근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 조사가 국내 기업과 직결되진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이어질 미국의 규제와 중국의 반격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미국향 갈륨‧게르마늄 등 광물자원 품목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한 불똥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로 튀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흑연을 원료로 한 음극재를 구매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원료 수출을 금지하면, 이를 고객사로 둔 한국 배터리 기업은 제품을 수출하지 못한다.
김 연구원은 “어떤 제재 조치와 보복이 어떤 피해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워 기업들은 대응이 어렵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원재료 다각화를 고민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